[405호 우리 시대 종교 사상가들과의 만남 시즌2]

우리는 작년 9월부터 올해 3월까지 유럽대륙종교철학 대가들의 목소리를 경청한 바 있다(본지 394-400호). 작년에 이루어진 인터뷰는 국적은 다양하나 주로 미국에 거주하는 유럽철학 사상가들과의 만남에 대한 기록이었다. 이미 세계화된 철학 분야에 지나치게 지역성을 부여하는 것이 온당하지는 않지만, 엄연히 존재하는 지역성을 외면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유럽대륙철학(Continental Philosophy)이란 명칭처럼 우리 시대 대륙철학은 영국을 제외한 유럽의 대륙에서 태동한 19-20세기 여러 사상들을 일컬으며, 유럽대륙종교철학은 바로 그 시기에 유럽 전역만이 아니라 전 세계 철학에 큰 영향을 미친 현상학, 해석학, 구조주의 등의 철학적 흐름과 종교적 사유를 뜻한다(‘새로운 신앙을 향한 유럽대륙종교철학의 도전’, 본지 394호 참조).

학계가 어느새 미국의 거대 대학 중심으로 재편되었고, 철학 역시 이 흐름과 무관하지는 않다. 이런 가운데 유럽의 대학과 학계는 건재하게 자신의 위상을 지켜가고 있고, 탁월한 유럽대륙종교철학 사상가들이 유럽 각국을 터전 삼아 자신의 고유한 사상을 발전시키고 있다. 이에 나는 앞서 시즌1을 연재하는 가운데, 유럽 대륙에 직접 건너가서 기라성 같은 학자들과 직접 대화를 나누는 것이 우리 시대 종교 사상가들, 그중에서도 유럽대륙철학을 기반으로 사상을 개진하는 철학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하겠다는 기획 의도를 더 충만하게 현실화하는 길이라고 생각했고, 유럽으로 직접 들으러 가야 한다는 나름의 압박감을 가지게 되었다. 마침 유네스코 등재 유산이기도 한 벨기에 루뱅 대학교 후설 문서 보관소(Husserl Archives Leuven)에서 객원연구원으로 공부할 기회를 얻어 유럽 대륙에 체류할 수 있게 되었고. 방문 기간 중 유럽 대륙의 여러 철학자를 만날 수 있었다. 이번 시즌2에서는 유럽에서 활동하는 우리 시대 철학자들과의 대화를 독자들에게 전하면서 앞선 시즌1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독자들에게 철학과 종교를 조금 더 다양한 관점에서 사유할 계기를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거주지가 그만큼 중요한 것일까? 팬데믹 이후 온라인 소통을 위한 플랫폼은 일상화되었고, 우리를 가로막던 물리적 경계는 더 흐릿해지지 않았나. 미국과 유럽 등 각자가 거주하는 장소를 굳이 구별하는 일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분명 온라인 플랫폼은 우리의 소통을 증진시켜 주지만, 그것이 우리의 삶 전체를 대변하거나 직접적 대화를 오롯이 대체해주지는 않는다. 우리는 여전히 특정 장소에 살고 있으며, 바로 그곳에서 일어나는 사건의 소용돌이를 체화하는 가운데 사유하고 행동한다. 철학자들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독자들은 각 철학자에게서 그들 각자의 삶과 사유를 들으며 그들이 속한 곳에서 각자가 경험했던 사태, 전쟁과 같이 지금 유럽에서 겪고 있는 여러 문제와 위기에 대한 견해를 전해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세계화된 시대 속에서도 우리는 언제나 특정한 장소와 시대 가운데 형성된 환경에 영향을 받으면서 살아간다. 철학자들은 바로 이런 환경 세계 속에서 자신의 사유를 벼려낸다. 이 점이 기왕 유럽대륙종교철학의 도전을 접하면서 그 사유가 태동했고, 여전히 발전하고 있는 유럽의 사상가들 목소리를 들어야 하는 중요한 이유다.

예를 들어보자. 앞서 미국에서 인터뷰한 철학자들은 트럼프와 근본주의 개신교에 대한 여러 우려를 표했다. 유럽에서 인터뷰할 때는 그런 근본주의 개신교에 대한 언급이 거의 없었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유럽에서는 대체로 개신교, 특별히 복음주의 개신교가 가톨릭에 비해 약세이기도 하거니와 근본주의적 신학의 영향이 그리 크지 않다. 또한 미국보다 훨씬 세속주의적인 원리가 사회 전반에 내재해있기 때문에 일반 대학에서 종교적 내용을 전달하는 일도 미국에 있는 종교 배경의 대학보다 수월하지 않다. 철학자마다 차이는 있지만, 몇몇 학자는 이에 대한 어려움을 표하기도 하고, 학계에 내재한 철학과 종교의 첨예한 분리가 가져오는 맹점을 지적하기도 한다. 인터뷰를 읽어가면서 유럽 사회의 분위기와 지역성을 인지해보는 것도 또 다른 흥미와 지식을 얻어갈 수 있는 방법이다. 또한 유럽이 처한 위기와 시기의 민감함 역시 고려해보면 좋다. 유럽 대륙은 각 나라 사이에 지역적 거리는 있지만, 현재 대체로 모든 나라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의 소용돌이를 경험하고 있다. 전쟁에서 오는 두려움과 위기 역시 그들에게는 멀리 떨어져있지 않아서, 독자들은 여러 유럽 사상가로부터 깊은 우려와 더불어 현시대에 대한 진단을 더 생생한 형태로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시대 ‘종교적’ 철학자들이 들려주는 신앙의 삶

그렇다면 우리는 대체 누구의 목소리를 듣게 되는가?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다음 호부터 차례대로 등장할 철학자들을 간략하게나마 소개하려 한다. 우선 철학자들을 안내하기에 앞서 그들 사이를 이어줄 한 가지 키워드를 제시하고자 하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종교적’이란 말이다. 현상학과 해석학 계열에 속하는 프랑스의 탁월한 철학자 장 그레슈(Jean Greisch)는 종교철학의 형태를 세 가지로 정돈해서 설명한 바 있다.1) 바로 철학적 신학으로서의 종교철학, 18세기부터 도입된 본격적인 의미의 ‘종교철학’, 그리고 ‘종교적’ 철학으로서의 종교철학이다. 두 가지만 먼저 설명하자면, 철학적 신학으로서의 종교철학은 성서 및 교회 전통 및 전통 신앙과 직접적으로 소통하거나 이를 변호하기보다는 신을 개념적으로 철학화하여 이를 비판하거나 해명하는 작업을 주로 시도하는 철학을 말한다. 아리스토텔레스가 《형이상학》에서 부동의 원동자를 논하거나 스피노자가 《에티카》에서 신을 곧 자연으로 간주하여 자신의 고유한 신관을 논증할 때 보여주는 신-담론이 이 범주에 속하는 예일 것이다. 다음으로, 철학이 조금 더 분과적으로 나뉘는 가운데 등장한 본격적인 형태의 종교철학이 있다. 칸트와 헤겔의 시도에서 발견되는 이런 종교철학은 종교를 전체로서 살피며 실제 기성종교에서 다뤄지는 개념들을 철학적으로 총체적인 해명을 하는 일련의 시도를 뜻한다. 이때 철학은 단지 개념화된 종교적 주제들만이 아니라 역사적으로 주어진 종교의 형태와 대화하고 소통하며, 그 의미들을 철학자 자신의 고유한 체계에 포섭한 형태로 다루는 방식을 선호한다. 칸트의 경우 비록 그가 내세운 비판철학의 정신과 한계 내에서이긴 하지만, 당대에 주어진 종교로서의 그리스도교 교회론, 그리스도론, 성서 해석을 포괄적으로 다루는 가운데 나름대로 종교에 대한 최상의 이해를 제공하려고 시도한다. 이것이 오늘날에도 다루어지는 유의미한 종교철학의 한 형태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레슈의 분류법을 따라 ‘종교적’ 철학으로서의 종교철학이 있음을 철학의 역사 속에서 발견한다. 이것은 종교철학을 실천하는 당사자들이 개인적 신앙이나, 자신이 속하거나 연관된 종교 공동체의 신앙을 긍정적으로 고려하는 가운데 펼치는 종교철학이다. 그러므로 종교적 신앙에 대해 가장 개방적이고 적극적으로 임하면서 그 신앙의 의미를 자신이 속한 전통과의 충실한 대화를 통해 전달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다소간 변증적인 의도를 내포하고 있다. 하지만 이때 변증적이라는 말이 전통 신학에서 가리키는 변증학 또는 호교론의 형태를 완벽하게 취하지는 않을 것이다. 비록 철학자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여전히 철학은 성서와 전통을 사유의 원천으로 삼는 신학과는 달리, 고유한 철학적 사유의 접근 방식을 논증의 원천으로 삼기 때문이다. 성서와 전통을 존중하지만 이를 절대시하지 않으며 그것들과는 적절한 거리를 둔다. 이렇게 종교적 신앙을 긍정적으로 고려하면서 사유를 전개하는 철학자들로는 멀게는 아우구스티누스와 파스칼이 있으며, 가깝게는 존 헨리 뉴먼이나 에디트 슈타인, 미셸 앙리 등을 꼽을 수 있다. 분명 사람마다 차이는 있지만 이들은 자신이 긍정하는 종교적 신앙의 의미를 철학적으로 드러내고자 하며, 바로 그 의미에서 비롯하는 삶과 삶의 방식의 여러 함의를 제시하는 데 전력을 다한다.

앞으로 연재될 철학자들은 바로 이 세 번째 부류, ‘종교적’ 철학자에 가깝게 분류될 수 있다. 향후 우리가 귀를 기울여 듣게 될 철학자들의 목소리에는 예외 없이 그들 자신이 추구하고 따르는 신앙의 목소리가 함께 서려있다. 다만 그들 모두 하나같이 존중해야 할 신앙의 전통이 아닌 화석화된 형태의 전통주의나 교리에 대한 근본주의적 태도에는 거리를 두면서, 신앙의 신비를 자신이 전개하는 여러 철학의 지향과 공명시키는 가운데 철학적으로 해명하는 태도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철학자의 자리를 떠나지 않는다. 독자들은 이런 종교적 철학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때, 그들이 치열하게 사유한 신앙의 삶에 담긴 의미는 물론이고, 그들 각각이 어떻게 자신의 철학적 지평 내에서 이를 벼리어내고 전유했는지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전통에 대한 있는 그대로의 수용도 아니고, 철학에 대한 신앙의 우위를 주장하는 작업도 아니다. 오히려 신앙의 신비를 긍정하면서도 철학을 통해 자기가 속한 신앙 전통의 맹점과 보존해야 할 의미를 함께 드러내고 갱신하는 다차원적 작업이다. 이를 통해 독자들이 우리 시대에 신앙의 삶, 또는 종교적 삶의 의미를 새롭게 이해하고, 완결된 체계가 아니라 도상 가운데서 생성되고 변화하는 신앙의 의미를 자신의 실존적 고민과 견주어 더 깊이 고민할 수 있길 바란다. 그렇다면 이 연재의 의도는 충분히 달성된 것일 테다.

새로운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심원한 여정

이러한 의도 아래 우리가 맨 처음 만날 철학자는, 벨기에 루뱅 대학교 철학과 명예교수이자 미국 빌라노바 대학교 철학과에서 존 카푸토를 이어 데이비드 쿡 석좌교수로 재직 중인 윌리엄 데스몬드(William Desmond)다. 동일자 대 차이, 주체와 대상이라는 전통적인 도식에 자신을 가두지 않고, 양자 사이의 중간적인 것을 사이론(metaxology)이라는 독특한 자기만의 사유 방식으로 창조해낸 철학자다. 그는 가톨릭 수도사가 되려고 했던 젊은 날의 신앙 경험과 철학자로서의 도전, 헤겔에 대한 비판과 현대철학 및 포스트모더니즘에 관한 입장 등 우리 시대 주요 사상가들에 대한 평가를 나눌 것이다. 또한, 사이론을 기반으로 삼은 종교철학, 시를 통해 신을 말하는 방법, 악에 대한 사유, 아가페의 철학적 의미, 오늘날 무신론의 특징과 이에 대응하는 방식 등 다채롭고 흥미로운 주제에 대한 자신의 고유한 생각을 우리에게 들려줄 것이다.

두 번째로는 루뱅 대학교 신학과와 철학과에서 모두 박사학위를 취득한 양손잡이 학자이자 현재 남아공 노스웨스트대 철학과 특임교수인 유리 스흐레이브르스(Joeri Schrijvers)를 만난다. 철학과 신학 모두에 정통한 현상학자로서, 사실상 독립연구자에 가까운 삶을 살면서도 철학책을 놓지 않는 이 도전적인 철학자는 젊은 시절 루뱅의 뛰어난 학자들과 소통하며 공부했던 경험과 더불어 이야기를 풀어간다. 신의 초월의 의미를 강조하기보다 우리의 세계-내-존재의 내재성 안에서, 일상적 삶 안에서 신앙을 사유하고 살아내는 법을 들려줄 것이다. 전통 현상학만이 아니라 장-뤽 낭시, 존 카푸토 등 우리 시대를 수놓은 철학자들에 대한 평가는 물론이고, 최근 주목받는 프랑스 철학자 브뤼노 라투르에 대한 조금 더 신학적인 접근, 그리고 독립연구자의 바람직한 삶의 태도에 대한 솔직한 생각까지, 독자들은 다양한 주제와 관련한 그의 흥미로운 사유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폴 리쾨르의 가장 가까운 제자였으며, 인터뷰한 학자들 가운데 유일하게 신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올리비에 아벨(Olivier Abel)은 20세기 최고의 철학적 해석학자인 리쾨르와의 인연부터, 가톨릭적 문화가 깊이 서려있는 프랑스에서 조금은 독특하게 프로테스탄트 신자로서 살아가는 자신의 신앙에 대해서 진솔한 이해를 들려줄 것이다. 또한 화해와 용서 등 종교적 삶에서도 매우 중요한 주제를 어떻게 철학적으로 더 깊이 사유할 수 있는지, 철학자이면서 칼뱅의 사유에 깊이 천착한 사상가의 시각에서 16세기 대표적인 종교개혁가로부터 우리가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도 진솔하게 들려줄 것이다. 아울러 그는 일생 동안 정치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한 행동하는 지식인이다. 우리는 지식인의 참여가 무엇이며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깊은 고민, 시대에 대한 심원한 고민의 흔적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그리스도교 전통에 속한 사상가 일색인 본 기획의 한계를 다소간이나마 극복하기 위해 우리는 유대교 철학자인 카트린 샬리에(Catherine Chalier)를 만난다. 레비나스의 가장 가까운 학생 중 한 사람이었던 그녀로부터 레비나스라는 한 인물에 대해, 또 그와의 공부 경험과 관련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으면서, 오늘날 그로부터 배울 수 있고 배워야 하는 점은 무엇인지 이해하게 될 것이다. 또한 우리는 유대교 사상이 갖는 특징과 더불어, 그리스도교만이 아니라 유대교에서도 하나의 걸림돌처럼 작용하는 근본주의적 토라 해석을 극복하는 길에 대한 가르침을 받게 될 것이다. 유대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경전을 대하는 바람직한 태도를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적잖은 통찰을 얻을 것이다.

파리 가톨릭 대학교의 에마뉘엘 팔크(Emmanuel Falque)는 소르본대의 클로드 로마노(Claude Romano)와 더불어 현재 프랑스 현상학의 기수로 불릴 만한 중요한 철학자다. 다른 현상학자들과는 달리 정규 신학 연구 기관에서 신학을 공부하기도 한 팔크는 현상학에 이론적으로 정통한 철학자이면서 성서와 신학의 중심 주제들에 대한 탁월한 현상학적 기술을 시도하는 도전적인 사상가다. 우리는 그로부터 그리스도의 고난, 부활과 같은 주제를 직접적으로 다루면서 이러한 그리스도의 고유한 경험을 오늘의 시간을 사는 우리가 체험한다는 것이 대체 어떤 의미인지 중요한 통찰을 얻을 수 있다. 우리는 철학과 신학에 모두 정통한 팔크로부터 이 두 영역을 교차하고, 또 그 경계에서 사유한다는 게 무엇인지, 양자의 바람직한 관계가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소중한 가르침도 받게 될 것이다.

인터뷰한 철학자 중 가장 젊은, 떠오르는 학자인 소르본대 연구원 스테파니 럼프자(Stephanie Rumpza)에게선 동방교회의 이콘에 관한 현상학적 이해를 배울 것이다. 미국 태생이지만 현재 파리에 머무르면서 유럽 지역에서 활동하는 럼프자는 가톨릭 신자이지만, 자신의 신앙 전통에만 머무르지 않고, 이콘에 대한 적극적인 이해를 꾀하며 동방교회 전통을 깊이 이해하는 철학자다. 우리는 이콘에 대한 그녀의 현상학적 접근을 들으면서 동방교회가 지닌 신비의 유산이 무엇인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 특히 독자들은 이콘의 체험에서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이러한 종교체험을 해명할 때 현상학과 해석학이 얼마나 중요한 도움을 주는지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우리 시대 가장 탁월한 현상학자인 장-뤽 마리옹(Jean-Luc Marion)과 장-이브 라코스트(Jean-Yves Lascoste)의 가장 가까운 학생이기도 했던 그녀로부터 이 탁월한 철학자들의 중요성을 드러내는 유의미한 증언도 함께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여섯 명의 철학자와 더불어, 우리는 추후 또 다른 철학자 5-6인을 만나게 된다. 이 가운데는 이미 인터뷰를 마친 학자들도 있지만, 향후 인터뷰를 위해 조금 더 시간을 두고 기다려야 할 철학자도 있다. 이에 본 기획은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이어질 계획이다. 열 명이 넘는 철학자들을 단숨에 소개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뿐더러, 지나치게 긴 호흡으로 연재를 이어가면 독자들에게 버거움을 줄지도 모른다. 우리는 열 명 이상으로 작성된 철학자들의 목록을 두 호흡으로 나누어 마주하게 된다. 이러한 구별에 특별한 의도는 없다. 급변하는 시대상을 반영하기 위해, 인터뷰한 시간 순서대로 각 철학자를 만나게 될 것이다.

철학은 분명 어렵다. 철학적 개념이나 이론에 익숙하지 않다면 이런 대화 형식의 기록도 쉽게 다가가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조금의 난해함을 감수하고 각 철학자의 삶과 사유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전에 생각하지 못했던 깊은 사유의 세계에 다다를 수 있다. 이는 더 깊은 신앙과 종교적 삶에 대한 새로운 상상력을 불러일으킬 것이라 생각한다. 독자들이 철학자들의 사유를 따라가며 새로운 신앙에 대한 사유를 펼쳐보길 기대한다. 높은 산을 오르는 일은 우리를 숨 가쁘게 하고 땀을 흘리게 하지만, 우리는 오히려 그 어려움 속에서 체력을 기르고 건강을 회복한다. 단순히 신체적인 역량 향상뿐 아니라 사고력과 내적 성찰의 힘도 함께 자라난다. 홀로 산을 오르다 보면, 우리는 때때로 과거의 생각을 정리하고, 새로운 깨달음을 얻기도 한다. 우리 시대 종교적 사상가들의 말을 듣는 일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들이 앞서 걸어간 길을 따라가며, 우리의 신앙과 삶에 대한 이해가 더욱 깊어지기를, 이 심원한 여정에 더 많은 독자가 함께해주길 소망한다.

■ 주

1) Jean Greisch, 《Le buisson ardent et les lumieres de la raison: L’invention de la philosophie de la religion, tome 1》(Cerf, 2004), 26-36쪽 참조.


김동규
서강대 생명문화연구소 연구교수. 현상학, 해석학, 종교철학 등을 주로 연구한다. (신학적 전제를 괄호 치고) 철학적 상상력을 통해 신과 신앙을 다시 사유하는 일이 (비)신자들을 위해 필요하다고 믿으며 여러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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