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호 이한주의 책갈피]
어머니는 돌아가시기 전까지 슬퍼하셨다. 누구와도 나눌 수도 바꿀 수도 없는 그 비애를 안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외롭다는 것을,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도 문득문득 그 고통을 못이겨 베게에 얼굴을 묻고 통곡하셨다는 것을 알기에 어머니의 일기를 다시 읽는다. (210쪽)
일기는 감사의 기도로 끝났지만 기록되지 않은 날들에 여전히 슬픔과 고통이 있었다. 밤에 자다가도 생생하고 예리하게 가슴이 아프고,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도 베개에 얼굴을 묻고 통곡한다. 이렇게 금이 간 마음으로 살아가지만, 그 마음이 몸과 어울려 사랑할 수 있는 힘을 만들어내는 것이 구원의 신비다.

레이먼드 카버의 보석함 같은 단편집 《대성당》(문학동네)에 실린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에도 자식을 잃은 부모가 나온다.
앤과 하워드 부부는 행복하고 운이 좋은 사람들이다. 순탄한 부부 생활을 이어온 둘 사이에는 며칠 뒤면 여덟 살을 맞는 아들 스코티가 있다. 앤은 쇼핑센터 빵집에 스코티의 생일 파티에 쓸 케이크를 주문하는데 바로 그 생일날, 등교하던 스코티가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으로 옮겨진다. 초조한 마음으로 병상을 지키던 두 사람은 번갈아가며 잠시 집에 들르는데 이때 하워드는 “케이크는 왜 안 가져가냐”는 전화를 받는다. 앤도 다음 날 새벽 “스코티 일은 잊어버렸냐?”는 남자의 전화를 받고 마음이 불안해진다. 그날, 혼수상태에 있던 스코티가 죽고, 아들의 죽음에 상심해 집에 돌아온 부부는 또다시 “스코티에 대해서 완전히 잊어버렸냐”는 전화를 받는다. 그제야 앤은 자신이 생일 케이크를 주문한 사실을 떠올리고, 집요하게 전화를 건 사람이 빵집 주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분노한 부부는 한밤중에 차를 몰고 빵집으로 찾아간다. 빵집 주인은 이제야 왔냐며 두 사람을 퉁명스레 대하고 상해가는 케이크를 반값에 가져가라고 한다. 슬픔과 분노가 폭발한 앤은 빵집 주인에게 아들이 죽었다고 말하며 얼굴을 감싸고 소리 내 운다. 그제야 사태의 진실을 알게 된 빵집 주인은 미안해 어쩔 줄 몰라 한다. 진심으로 용서해달라며 사과한 빵집 주인은 탁자를 치워 두 사람을 앉게 하고, 뭘 좀 드셔야겠다며 빵을 가져온다.
“내가 갓 만든 따뜻한 롤빵을 좀 드시지요. 뭘 좀 드시고 기운을 차리는 게 좋겠소. 이럴 때 뭘 좀 먹는 일이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될 거요.” 그가 말했다.
그는 오븐에서 따뜻한 계피 롤빵을 가져왔는데, 갓 구운 빵이라 겉에 입힌 설탕이 아직 굳지도 않았다. … 그들이 각자 접시에 놓인 롤빵을 하나씩 집어먹기 시작할 때까지 그는 기다렸다. 그들을 바라보며 그가 말했다. “뭔가를 먹는 게 도움이 된다오. 더 있소. 다 드시오. 먹고 싶은 만큼 드시오. 세상의 모든 롤빵이 다 여기에 있으니.” (141쪽)
“목사님은 고난이 뭔지 모르는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