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7호 특집]
미국의 이란 폭격 소식이 국내에 전해진 6월 22일 주일, 임진강 너머로 북녘땅이 보이는 임진강언덕교회로 향했다. ‘북녘땅이 건너다보이는 파주 DMZ평화교육원에서, 초대교회처럼 공동체가 살아있는 예배를 드리고자 안내합니다’라는 교회 창립 광고를 읽고, 그 모습을 직접 보고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남과 북의 경계에서 드리는 예배는 어떤 모습일까?
임진강언덕교회는 매 주일 오후 3시 DMZ평화교육원 1층에서 예배한다. 강경민 일산은혜교회 은퇴목사(평화통일연대 상임대표)와 안재영 대표(DMZ평화동행)가 합심해 만든 예배 공동체다.
임진강언덕교회의 열두 번째 예배
예배 공간에 들어서자, 통일을 염원하고 남북의 화합을 상징하는 물건들로 조화롭게 꾸며진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끈 것은 벽에 걸린 ‘화목의 십자가’였다. 이 십자가는 백두산과 한라산에서 가져온 두 나무 조각을 합해 만든 것으로, 마치 서로를 끌어안은 형제처럼 보인다. 하나님이 에스겔을 시켜 두 막대기를 합치며, 갈라선 두 나라가 하나 되게 할 것이라는 말씀(겔 37장)이 떠올랐다. 입구에서 나눠준 주보에는 열두 번째 예배라고 적혀있고, 북한의 나라꽃인 목란과 남한의 나라꽃인 무궁화가 위아래로 수놓아져 있었다.
아담한 공간에 둘러앉은 교인은 모두 8명. 분위기는 따뜻하고 화기애애했다. 특별 순서로는 고양 평화누리의 이바다 대표가 색소폰으로 연주한 〈홀로 아리랑〉이 있었다. 구슬프면서도 아름답게 울려 퍼지는 선율이 공간을 채웠다.
강경민 목사는 설교에서 초대교회를 떠올리며 “교회가 세상 속에서 평화를 외치고 무너진 신앙의 본질을 회복하는 것이야말로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말하는 신앙의 본질이란 하나님을 경외하고, 기도에 힘쓰며, 성도들이 서로 친밀하게 교제하고, 세상 사람들로부터 신뢰와 칭찬을 받는 공동체가 되는 것이다. 이는 너무나 본질적이지만, 오늘날 많은 교회에서 소홀히 하거나 잊힌 가치이기도 하다. 강 목사는 다른 교회를 배척하거나 엘리트주의에 빠지는 것을 경계하면서도, 잘못된 흐름에 편승하지 않고 복음의 중심 가치를 지켜나가는 태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임진강언덕교회 교인들은 예배를 마치며 매주 이렇게 기도한다.
“이 땅에 정의와 평화가 넘치게 하소서.”
“남과 북이 마침내 평화통일을 이루게 하소서.”
“우리 교회가 주님의 기쁨이 되게 하소서.”
이날의 간절한 통성기도가 오래도록 마음에 머물렀다.
교회, 누구에게나 쉼터가 되기를
안재영 대표는 오랜 신앙생활 중 ‘교회란 무엇인가’에 대해 깊이 고민한 끝에, 초대교회처럼 소외된 이들과 함께 드리는 예배를 꿈꾸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그가 바라는 임진강언덕교회의 모습은 상처를 입고 교회를 떠난 ‘가나안 성도’와 이 지역에 거주하는 북향민이 마음 편히 찾아올 수 있는 쉼터 같은 교회다.
예배가 끝난 후 자신을 ‘가나안 성도’라 소개한 〈고양신문〉 박경만 대표이사의 이야기가 인상 깊었다.
“처음에는 한 번만 나오고 말려고 했어요. 그런데 목사님이 보내신 문자가 마음을 붙잡았죠.
‘신앙생활의 회복은 편집인님께도 정말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만남이 편집인님께 잊지 못할 사연이 되길 기도합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신앙에 대해 방황하던 제게 그 말이 깊이 와닿았습니다.”
그날 이후, 박 대표이사는 임진강언덕교회의 소중한 새 가족이 되었다. 그는 “목사님의 설교가 일방적 메시지가 아니라 함께 토론하고 이야기해 보자는 방식이라 좋다”라며, “예전에 젊었을 때 예수님을 사랑하고 존경했던 마음이 다시 살아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강경민 목사가 안 대표의 교회 창립 제안을 받아들인 이유는 단순하다. 평생을 통일과 평화 사역에 초점을 두고 살아온 그에게는 어렵지 않은 결정이었다.
“정의와 평화라는 기본기를 잘 갖춘 교회를 세워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른 하나는 이 지역에 북향민이 꽤 많대요. 그래서 그냥 시작했어요.”
소박하고 조용히 시작된 교회이지만, 교인들이 독도에 다녀온 직후라서 그랬는지 매우 역동적인 분위기였다.
평화 에너지가 넘실대는 교회
예배 후 교인들의 나눔 주제는 단연 독도 방문이었다. 교인들 다수(6명)가 이틀 전까지 독도를 여행하고 왔기 때문이다. 안 대표의 관심사가 반영된 활동으로, 그는 2007년 헤이리 예술마을에 사비를 들여 ‘영토문화관 독도’를 개관했고 이후 전문 강사로 활동하며 독도를 알리고 지키는 데 헌신해왔다. 그는 독도가 분단의 긴 세월을 넘어 남과 북을 잇는 평화의 통로가 되기를 소망한다.
안 대표 못지않게, 교인들 역시 독도에 깊은 관심과 애정이 생겨 태풍 예보 속에서도 ‘범선 타고 독도 가자’ 프로젝트를 통해 독도를 직접 방문했다. 독도 방문을 계기로 교회에 등록한 교인도 있다. 그녀는 남편이 “독도 가고 싶으면 교회에 나와야 한다”라고 말해 임진강언덕교회에 나오기 시작했다며 웃었다.
독도 여행은 결코 낭만적이지만은 않았다. ‘승객’이 아닌 ‘훈련원’으로 불리며, 식사 당번, 설거지, 돛을 올리고 내리는 일 등 남녀노소 열외가 없었다. 가장 큰 어려움은 뱃멀미였다. “멀미가 너무 심해 바다로 뛰어들고 싶은 심정”을 토로하는 이도 있었다. 그럼에도 독도에 당도했을 때는 날씨가 무척 맑아 봉우리 사이로 해가 뜨는 장관을 목격할 수 있었다. 교인들은 그곳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한 기도를 드렸다.
교인들이 들려준 생생한 독도 방문 에피소드를 통해 소용돌이치는 이 교회의 숨은 에너지를 발견할 수 있었다.
임진강 강가에서
2주 뒤, 다시 임진강언덕교회를 찾았다. 예배를 드리는 공간에서 북한이 보인다는 것만으로도 그리스도인으로서의 묵직한 책임감이 올라온다. 임진강과 한강이 하나 되어 흐르고, 강변을 경계 없이 자유롭게 오가는 새들을 보고 있으면, 남과 북의 성도들이 손을 맞잡고 함께 예배하는 날을 간절히 바라게 된다.
DMZ평화교육원이자 임진강언덕교회의 예배당으로 쓰이는 이곳은 한강과 임진강이 만나는 곳이다. 두 갈래의 강이 하나 되는 곳으로, 이 교회가 해야 할 역할을 상징하는 것만 같았다. 탐조(探鳥) 활동을 하며 이 지역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박경만 대표이사가 “전망대가 아닌, 이렇게 거주하면서 늘 북한을 볼 수 있는 곳은 몇 군데 안 된다”며 “이 위치는 굉장히 상징적인 곳”이라고 단언한 게 떠올랐다.
DMZ평화교육원은 DMZ의 역사, 생태, 평화적 가치를 보존하고 알리기 위해 안 대표가 설립한 숙박형 교육기관이다. 남북 관계를 잘 모르는 외국인들이 와서 ‘접경지 탐방’을 하는 등 다양한 체험을 한다. 지난 3월 초에는 미국 조지타운 대학교 학생과 교수 등이 이곳에 머물며, 파주와 연천 DMZ 일대를 탐방했다.
교육원 앞마당에는 분단 시계가 설치되어있다. 다른 시계들과는 달리, 멈추길 바라는 시계이다. 이 시계를 멈추는 일과 이곳에서 예배하는 일이 결코 다른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차에녹 인턴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