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8호 커버스토리]

Ⓒ복음과상황 정민호
Ⓒ복음과상황 정민호

로잔운동은 ‘통전적 선교’(Integral Mission)를 “모든 삶을 하나님의 주권 아래 두는 일”로 규정한다. 여기에는 ‘가난하고 억압받는 사람들에게 그리스도의 평화를 전파하는 데 복음전도와 사회참여 사이에 어떠한 성경적 이분법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확신’이 자리 잡고 있다.1) 선교에서 복음전도와 사회참여 사이의 균형에 관한 논의는 올해 50주년을 맞은 로잔운동 역사상 늘 긴장을 이어왔다. 하지만 1974년 1차 로잔대회 결과물인 로잔언약 제5항 ‘그리스도인의 사회적 책임’에 담겨있듯, 복음전도와 사회참여를 총체적이면서 일관성 있게 엮어온 ‘통전적 선교’ 목소리가 로잔운동의 오래된 유산 중 하나라는 사실만큼은 바꿀 수 없는 진실이다.

루스 파디야 데보르스트(Ruth Padilla DeBorst) 박사는 이 ‘통전적 선교’의 유산을 물려받아 수십 년간 활동해온 신학자이다. 그의 아버지는 “라틴아메리카 복음주의 진영에서 가장 존경받는 목소리”(크리스토퍼 라이트)2)로 평가받은 르네 파디야(C. René Padilla, 1932-2021) 박사로, 로잔언약 5항을 입안하는 데 주요한 영향을 끼쳤다. 루스 파디야 데보르스트 박사는 어머니와 아버지에게서 삶과 말의 통합성(integrality), 정의·가난·환경을 향한 사회·정치적 관심, 선교 공동체를 형성하는 실천 등을 배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남편과 함께 코스타리카의 “의도적 기독교 공동체” ‘카사 아도베’(Casa Adobe)에서 일곱 가정과 생활하며 선교적 교회를 일구고 있다. 변혁적 선교를 위한 국제 협회 ‘인페미트’(INFEMIT) 코디네이터이자, 미국 미시간주 홀랜드의 웨스턴 신학교 교수로도 활동 중이다.

그는 인천 송도에서 열린 제4차 로잔대회 둘째 날(9월 23일) 저녁 집회에 강사로 나서 ‘정의’를 주제로 세계 곳곳의 불의와 불평등 문제, 정의 실천의 소명 등을 강조했다(이 강연문은 이번 호 36-45쪽에 실렸다). 강연이 끝난 후, 일부 세대주의 종말론을 비판하고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고통을 강조한 대목에 불편을 느낀 몇몇 참가자로부터 ‘균형 잡히지 못한’ 메시지라는 항의를 받았고, 사건이 일단락되기까지 여러 일을 겪었다. 본지는 인터뷰를 통해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와 더불어, 4차 로잔대회를 보며 느낀 소회와 비판점, 통전적 선교의 유산을 이어가기 위한 노력 등도 물어보았다.

인터뷰는 9월 30일 경기도 곤지암에 있는 소망수양관에서 진행되었다. 이날 이곳에서는 로잔 창조세계돌봄 이슈그룹, 인터서브코리아, 재단법인 한빛누리가 공동주최한 행사로, 9월 28일부터 10월 2일까지 이어지는 ‘포스트-로잔 창조세계돌봄 국제포럼’(Global Creation Care Forum, GCCF) 기자회견이 열렸다. 주최 측의 배려로, 이날 기자회견 발제자 중 한 명이었던 루스 파디야 데보르스트 박사를 40분간 인터뷰할 기회를 얻었다. 인터서브코리아 전 대표 조샘 선교사가 통역 및 소통에 도움을 주었다. 이후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나온 긴 이야기와 GCCF에 얽힌 논의는 다음 호에 자세히 소개하기로 한다.

사진: 제4차 로잔대회 프레스본부 제공
사진: 제4차 로잔대회 프레스본부 제공

- 한국에서 진행된 제4차 로잔대회에 참석하셨는데요. 어떻게 지켜보셨는지요? 어떤 점에서 영감을 얻었고, 어떤 점이 염려스러웠나요?

로잔대회는 여러 그리스도인이 모여 함께 연결되고, 복음이 상황 속에서 어떻게 표현되는지를 듣고 나눌 기회를 제공해줍니다. 복음이 상황 속에서 어떻게 표현되고, 상황으로부터 어떻게 영향을 받는지, 곧 복음과 상황을 함께 생각하는 일이 ‘선교적’이라는 단어에 담긴 의미인데요. 복음과 상황의 연결점에 관심을 두는 형제자매와 만나는 일이 크나큰 선물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이번 대회에 참석하며 염려스러웠던 부분을 나누자면, 복음과 상황이 둘 다 중요하고 서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정작 로잔대회를 준비한 공식 본부가 잘 모르는 것 같았다는 점이죠.

1974년부터의 로잔운동을 보면, 복음(복음전도)과 상황(사회참여) 둘 중에 무엇을 더 강조할 것인지를 놓고 계속 논의가 변화되어 왔습니다. 1차 로잔대회가 열린 1974년에 빌리 그레이엄, 그리고 그와 유사한 관점을 지닌 이들이 강조하려는 내용은 복음전도였죠. 특별히 복음전도를 개인을 전도하자는 차원으로 좁게 해석하여 강조했습니다. 그러던 중 제 아버지 르네 파디야와, 사무엘 에스코바르는 복음을 더 큰 관점, 곧 온전하고 총체적인 관점에서 보려 했어요. 하나님 섭리 가운데, 존 스토트가 1차 대회가 시작되기 전에 방문한 남미에서 르네 파디야와 사무엘 에스코바르의 친구가 되었습니다. 존 스토트는 1970년도와 1972년도에 두 차례에 걸쳐 이 두 사람과 전 남미를 돌아다녔죠. 르네 파디야와 사무엘 에스코바르가 복음을 알고 사랑할 뿐 아니라, 사회문제에도 관심을 갖는 기독교인임을 알게 됐습니다. 존 스토트는 두 사람과 함께한 시간 덕분에, 1차 로잔대회에서 이들이 (정치 세력으로서) ‘좌파’가 아니라 진정한 그리스도인임을 대변해줄 수 있었죠.

처음 로잔운동이 시작될 때부터 복음전도와 사회참여 사이에는 병렬적 긴장이 있었어요. 이 긴장 관계는 로잔운동 가운데 계속 이어져 왔습니다. 이번 4차 대회를 보면서 제가 아쉽게 생각하는 지점은, 로잔운동이 다시 옛날로 돌아가 좁은 의미에서 복음을 정의하는 방향으로 후퇴하는 결과를 낳았다는 사실입니다.

Ⓒ복음과상황 정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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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차 대회 문서인 케이프타운서약으로 복음전도에 치중하는 관점을 극복했다는 견해도 있지 않나요?

제 생각에, 그렇지 않았던 것 같아요. 당시에도 많은 사람이 케이프타운서약을 향해 지나치게 상황 중심적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케이프타운서약이 정의·가난·환경 등 상황에 대해 지나치게 많은 말을 하는 것 같다, 전도의 우선성이 사라지는 것 같다는 이야기였죠.

이번 4차 대회 가운데 진행된 예배를 보면, 예배의 흐름, 설교, 외부에 공개된 자료 등 거의 모든 게 복음전도 우선성을 강조하는 좁은 범위로 줄어든 것 같아요. 이것은 아주 심각한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전체 예배를 이끈 찬양팀들이 있었습니다. 물론 너무 좋았고, 좋은 노래도 있었지만, 전부 서양음악이었죠. 리듬을 비롯해 음악적 요소를 살펴보면, 세계에 정말 다양한 표현이 있지 않나요? 전체 예배 가운데 남미음악, 동양음악, 한국음악, 아프리카음악, 아랍음악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음악 스타일만의 문제가 아니에요. 노랫말도 그랬죠. 전부 하나님과 나의 관계만 다루었지, 우리 이웃이나 창조세계와의 관계를 다루는 내용은 없었어요.

둘째 날인 9월 23일 월요일 저녁 순서를 생각해보면요. 저녁에 세 가지 말씀을 나눴습니다. 캐서린 헤이호(Katharine Hayhoe) 박사가 ‘환경과 창조세계 돌봄’(Creation Care)을, 제가 ‘정의’(Justice)를, 본 로버츠(Vaughan Roberts) 사제가 ‘성과 정체성’(Sexuality)을 다루었습니다. 이 모든 이야기가 무척이나 무거운 우리 현실을 말해주었죠. 그런데 말씀 순서가 끝나자마자 밴드가 나와서 45분 동안 정신없이 날뛰는 음악으로 파티 타임을 이어갔어요. 대회 가운데 진중한 회개나 함께 애곡하는 일은 없었습니다.3) 비극적 사건을 놓고 기도하는 순서도 없었어요. 그냥 예배 시간만 들어가면 파티 타임이 되는 거죠.

환경을 돌보는 문제에 대해서도 할 말이 있는데요. 쓰레기가 굉장히 많이 나왔죠. 나름 주의를 기울인 것처럼 보였지만, 로잔 50주년을 축하한다고 풍선을 터뜨리고 하면서 쓰레기가 무척 많이 생겼습니다.

정리하자면, 다양성에 대한 존중이 약했고요. 세계 상황 가운데 일어나는 슬픔과 비극에 대한 애곡도 없었고요. 무엇보다 복음 자체를 좁게 보는 거죠. 창조세계 돌봄의 책임에 대한 민감도도 너무 부족해 보였습니다.

Ⓒ복음과상황 정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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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요일 저녁 순서에서 박사님이 강연하신 이후에 여러 사건을 겪었다고 들었습니다.

그날 제가 15분 말씀을 전했는데, 제 설교를 듣고 청중 중에 대단히 화가 났던 사람들이 있었죠. 이들이 4차 로잔대회 운영위원장인 데이비드 베넷 박사를 찾아가 강력히 항의했다더군요. 이들은 로잔 앱을 통해 제게 계속 안 좋은 메시지를 보냈고, 저는 이야기하는 자리를 갖자고 대답했습니다.

화요일(9월 24일) 오후에 데이비드 베넷과 ‘주스 포 지저스’(Jews for Jesus) 소속인 댄 시리드(Dan Sered)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4) 댄 시리드가 가장 크게 화를 낸 사람이었죠. 그분은 제가 균형 잡히지 않은 이야기를 했기 때문에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어요. 공식 사과를 요청받았죠. 제가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고통은 이야기했지만, 이스라엘 사람들의 고통은 이야기하지 않았다는 거예요. 서로의 관점을 나누면서 소통하려고 제 나름대로는 애를 많이 썼습니다. 꽤 긴 시간을 보냈는데요. 대화가 끝나자, 데이비드 베넷은 아무래도 공식 사과는 자기가 해야겠다고 말했습니다. 제 설교 원고가 오래전에 로잔 측에 전달되었고, 자신들이 검토해봤지만 별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는 거죠. 자신들에게도 책임이 있으니까 사과 편지를 내겠다고 말하는 거예요.

저는 제가 사과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다만, 그들의 문제 제기에 응답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왜 이런 설교를 하게 됐는지를 설명하는 편지를 썼습니다. 그런데 수요일 정오에 데이비드 베넷이 쓴 사과 편지만 전체 참가자에게 전달됐고, 제 편지는 전달되지 않았습니다. 제 입장을 담은 내용도 없었고요. 저도 제 입장을 이야기해야겠다고 생각해서, 저와 연결된 네트워크를 통해 사람들에게 편지를 전달했습니다. 사과 편지는 아니었고요. 제가 설교한 내용에 대한 추가 설명을 덧붙인 거죠. 그랬더니 사건이 더 커졌어요.

저는 우리가 모두 다른 관점을 가질 수 있다고 봅니다. 다른 관점을 놓고 대화하고, 다른 관점과 함께 살아가는 일은 당연한 거예요. 다만, 다른 관점을 가질 수 있다는 이해와 더불어서 말씀드리고 싶은 부분은 정의가 중요하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정의를 이야기하지 않으면, 그것은 복음이 아닙니다. 또한, 편지를 쓰면서 전하고 싶은 내용이 있었는데요. 우리가 이스라엘의 군사적 행동을 지지하는 신학 흐름에 대해 언급할 필요가 있다는 점입니다. 그것이 정확히 뭔지 짚어야 한다는 말이죠. 제가 편지에 담아낸 것은 이 세 가지입니다.

그 후 인페미트 그룹과 제 편지를 받은 많은 사람이 다시 본부 측에 항의했습니다. 만약에 데이비드 베넷이 사과한다면, 제 편지도 같이 공개해야 한다는 말이었죠.

조샘: 제가 잠시 보충 설명을 하겠습니다. 한 가지 사건이 있었어요. 루스는 몰랐던 거예요. 금요일(9월 27일) 아침 일찍, 루스가 초대받지 않은 모임이 열렸죠. 북아프리카와 아랍 지역 그리스도인 리더들이 이 사건으로 마음이 상해서 로잔 본부 측에 요청해서 성사된 모임이었어요. 이 리더들의 말을 듣기 위한 모임을 진행한 거예요. 참여자는 거의 다 아랍 그리스도인이었고요. 레바논 그리스도인 리더들도 참석한 자리였죠. 대회가 진행되던 주간에 폭격이 계속 일어나 엄청 많은 사람이 죽었거든요. 그 와중에 데이비드 베넷이 그런 사과문을 썼으니 마음이 너무 상한 거죠. 여러 사람이 발언했지만, 이집트 리더이자 IFES(International Fellowship of Evangelical Students) 멤버인 앤 자키(Anne Zaki)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그는 정말 예의 있게, 하지만 조금도 가감 없이 세 가지 요구를 했어요. 먼저, 데이비드 베넷이 사과해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사과 편지를 보낸 것에 대해서도 다시 사과해야 한다, 로잔 사이트에서 그날 월요일 저녁의 그 설교 내용을 빼면 안 된다, 루스의 편지를 전체 참가자에게 나눠줘야 된다는 거였죠. 이는 매우 강력한 메시지였고, 조금도 가감 없이 진리를 전하는 것이었죠. 나중에 데이비드 베넷은 그 요구에 따랐어요.

루스: 시끄러운 사건이었지만, 제가 이 일을 통해 성취하고 싶었던 게 있었어요. 정직한 직면의 중요성과 복음의 통합성(integrality) 그리고 정의를 말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가 나눠지면 좋겠다는 거였죠.

사진: 제4차 로잔대회 프레스본부 제공
사진: 제4차 로잔대회 프레스본부 제공

- 박사님은 오랫동안 ‘통전적 선교’와 관련한 메시지를 전해 오셨는데요. 아버지이신 르네 파디야 박사님의 삶과 사상이 이런 활동에 끼친 영향이 있을 것 같습니다.

아버지뿐 아니라 어머니에게도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제 아버지 르네 파디야 박사는 남미의 유명한 신학자이자 영향력 있는 리더로 알려져있죠. 사실 어머니도 제 삶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특별히 두 분의 친밀한 관계가 좋은 모델이었죠. 제 아버지가 세상에 더 많이 알려진 공인이지만, 어머니도 많은 것을 가르치시며 삶을 통해 복음을 총체적으로 살아내려 하셨던 분입니다. 저희 집에는 손님들이 자주 방문했어요. 밥을 같이 먹었죠. 가족이 필요한 이들에게는 가족도 되어 주었습니다. 어머니는 총체적 선교에 대해 말만 하시지 않았고, 가정에서 그렇게 사셨어요. 저희 부모님께서 실제 가정에서 살아내신 삶과 말의 통합성이 제가 예수님을 따르는 데 매우 큰 영향을 미쳤죠. 그 외에는 IFES에서 배운 것들과, 어른이 되고 나서 남미 신학자 그룹으로부터 받은 영향이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복음과 선교에 대한 제 이해가 통전적이고 일관성 있게 나아가도록 말이지요.

- 박사님이 보시기에, 우리 그리스도인이 자녀 세대에 물려줘야 할 유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그런 유산을 전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저희가 자녀 세대에 보여줘야 하는 것은 삶과 말의 일관성이에요. 바로 통합성이죠. 우리가 무엇을 말하느냐와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어떤 일관성이 있는가 하는 부분입니다. 우리가 정의에 대해 말할 때, 이것이 단순히 세상을 향해 말하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고 봐요. 우리가 정의에 대해 말하는 것은, 우리가 매일의 삶 가운데 누구를 만나는지, 누구의 말을 듣는지, 누구를 논의에 포함시키는지, 누구와 함께 일하는지, 누구를 존중하는지와 다 연결되어 있습니다. 정의는, 우리가 연결된 것들과의 관계, 매일의 관계에서 드러나는 거예요.

이 세상 사람들은 무엇을 얼마나 소유했느냐로 각 사람을 평가합니다. 업적·학위·특권·외모 같은 것을 평가 기준으로 삼죠. 이것은 복음이 가르치는 바가 아닙니다. 복음이 이야기하는 정의는 무엇인가요? 예수님께서는 소외된 이들과 함께하셨어요. 우리는 예수님께서 하신 사역을 이야기할 뿐 아니라, 삶에서 그것을 보여줘야 해요. 통합성, 이것이 우리가 자녀 세대에 물려줘야 할 유산입니다.

특별히 자녀 세대는 일관성 없는 것을 기가 막힐 정도로 잘 잡아냅니다. 리더들 가운데 다툼이 있거나, 서로 더 가지려고 경쟁하거나 하는 모습을 금세 알아차리죠. 무엇보다 자녀 세대가 관심을 기울이는 세상 이슈 중 자연환경에 대한 이슈가 있어요. 이들은, 교회가 기후정의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사실을 금세 알아챕니다. 우리가 겸손히 하나님 말씀을 붙들고 자연환경과 세상의 약자들을 위한 일에 참여해야 하는 이유지요. 열정과 헌신으로 이 일들을 해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야 이 친구들이 주목합니다. 우리가 이런 일들을 해나갈 때 자녀 세대와 또 다른 사람들에게 서로 가르치고 배울 수 있는 공간이 열리게 될 것입니다.

루스 파디야 데보르스트 박사가 강연과 인터뷰에서 한 말들은 내게, 사무치도록 호소력 있게 들려왔다. 이유가 있다. 그가 말하는 고통과 정의가 결코 피상적으로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터뷰를 준비하다가 우연히 한 기사를 읽은 탓이다.5) 조심스럽게 나누자면, 루스 파디야 데보르스트 박사는 과거 임신 8개월 차로 어린아이 둘을 양육하던 때에, 첫 번째 남편이 강도들에게 살해당하는 비극적 사건을 겪었다. 가족으로서 그 광경을 목격했다. 이후 그는 신앙의 부침을 겪기도 했지만, 무고한 사람이 무의미하게 살해당하는 고통과 아픔을 짊어지신 분으로서 그리스도를 만나는 체험을 했으며, 온갖 종류의 불의와 궁핍, 고통의 현실에 눈을 뜨고 타인의 고통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할 수 있었다고 증언했다. IFES 동료들이 큰 힘이 됐다고 고백했다. 기사에 따르면, 그가 과거에 부모님과 함께 살았던 그 집은, 세상 가운데 하나님의 사람으로 사는 일에 대한 끊임없는 이야기가 오가는 곳이었고, 많은 사람에게 열려있어서 마약중독자 가족 전체를 맞이하여 부모의 회복을 도우며 아이들을 돌보기도 했던 그런 환대의 공간이었다.

인터뷰를 마쳤을 때, 조샘 선교사가 웃으면서 덧붙인 말씀 구절이 가슴 깊이 와닿았다. “내 아버지 집에 거할 곳이 많도다.”(요 14:2)

■ 주

1) lausanne.org/network/integral-mission
2) 르네 빠딜라, 이문장 옮김, 《복음에 대한 새로운 이해》(개정증보판, 대장간, 2012), 15쪽.
3) 로잔대회가 열린 주간에 이스라엘은 레바논 일대에 공습을 퍼부었다. 9월 23일, 적어도 490여 명(어린이 30여 명)이 사망했으며, 24·25일도 공습이 이어져 사망자가 620명이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10월 10일 레바논 보건부를 인용한 CNN 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이 레바논을 공격한 후로 10월 9일까지 사망자 숫자는 1,500여 명이며, 120만 명이 피난했다.
4) ‘주스 포 지저스’는 메시아닉 주(Messianic Jew, 예수를 메시아로 믿는 유대인들)를 위한 국제 선교단체로, 1970년에 설립됐다. 댄 시리드는 주스 포 지저스의 COO(최고운영책임자)를 맡고 있다.
5) christiantoday.com/article/my-husbands-murder-deepened-my-faith/39084.htm 기사가 실린 곳은 제104대 캔터베리 대주교 로완 윌리엄스 등이 편집고문으로 있는 영국 복음주의 매체이다.


진행 강동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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