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1호 커버스토리]
시간이 흐르지 않고 고인다고 느끼는 때가 있다. 삶이 어디로도 나아가지 못하고, 나자빠져 있는 마음에 몸마저 갇힌 것처럼. 일상을 밀고 나갈 무언가가 있어야겠다고 느꼈을 때 일상의 밀도를 채우기 위해 주워 담은 일 중 하나가 기독연구원 느헤미야의 ‘기독교학 입문과정’ 수강이었다. 2년 전 작성한 지원동기에 따르면, “일터에서의 어려움으로 낙심되는 마음이 좀처럼 떨쳐지지 않아 내 삶의 푯대 되신 하나님을 아는 지식을 쌓으며 이 상황과 시간을 지나가 보고자” 하는 의도였다. 참으로 전형적인, 사는 게 힘들어서 하나님을 붙잡는, 신앙 간증에나 나올 법한 표현이다. 기독연구원 느헤미야는 교회에서 들은 특강, 가까운 목사님의 추천 등 여러 경로를 통해 자연스럽게 알게 되어 관심이 가던 곳이었다. 교회를 열심히 다닌다고 인생이 무탈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우리가 익히 알듯, 신학 공부를 한다고 일상이 괜찮아질 리 없었다. 내 삶은 여전하다. 곁을 지켜주는 사람과 도움의 손길, 망각의 힘에 기대, 눈앞에 닥친 과제를 해내며 가끔은 의연히, 대개는 근근이 시간을 해치울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