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호 내가 매월 기쁘게]


저는 김태리, 조승우처럼 유난히 내성적입니다. 다만 누군가를 웃게 한 날이면 세상 뿌듯하고, 샤워하다가 혹은 침대에 누워있다가 떠올리며 실실댑니다. 그렇게 웃겼던 에피소드를 메모장에 간단히 적기도 하고, 핸드폰을 보다가 재밌는 짤(재미있거나 흥미를 끄는 간단한 사진)을 만나면 바로 저장합니다. 소소하게 매일의 웃음을 모으던 중에 이 유서 깊은 기독 지성인의 매거진 복음과상황에 함께하는 영광스러운 날을 맞았고,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내면의 얕은 곳에서 용기를 끌어모으고 웃음보따리를 뒤져 ‘내가 매월 기쁘게’를 열심히 꾸려 보겠습니다.

처음 출근길에서 이 짤을 마주했을 때, 어깨의 들썩임을 멈출 수 없었습니다. ‘진짜 웃으면 안 되는 상황’이라는 말과 ‘웃겨서 미칠 것 같다’는 말을 왔다갔다 하며 스스로를 진정시켜야 했거든요. 마음 한구석에 있는 피씨함과 터지는 폭소가 충돌하던 순간이었습니다. ‘히키코모리’에 웃어서만도 아니었습니다. 누군가의 헷갈리는 말을 놓고 큰 웃음을 짓는 일이란 정말 물회한(출처: 유튜브 〈가비 걸 GABEE GIRL〉, ‘결혼정보사냥꾼 퀸가비 | 디바마을 퀸가비 | EP06’) 일일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도 말이 헷갈려서 생긴 에피소드 중 (몇몇에게) 유명한 것 몇 가지를 소개하고 싶습니다.


첫 에피소드를 공개적으로 쓴 분은 자기 자신이 참 자랑스러웠을 것입니다. 제 추측입니다. 왜냐하면 두고두고 여러 사람을 웃음 짓게 하니까요! 저는 특히 ‘뭐 이것도 노랗긴한데’에서 손뼉을 치며 웃었습니다. 아마 심상정 님도 보셨다면 좋아하셨으리라 생각해요. 한편, 샤인머스캣을 구매하려다가 등장한 일론머스크는 어떠신가요. 그의 이름이 능욕당한 에피소드보다, 눈 깜짝할 새 상품화된 ‘일론 머스캣’ 짤을 보고 크게 웃었어요.

일론 머스크의 초상권에는 미안하지만 “나 이런 거 좋아하네”라며 개인 SNS에 올렸던 기억이 납니다. 왜 이런 게 이렇게나 좋을까요. 이외에도 이 분야 ‘고전’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여기에 등장한 기사님은, ‘전설의 고향’을 말했는데 ‘예술의전당’에 내려준 기사님과 함께 택시기사 센스 쌍두마차로 기억되는데요. 이 ‘니미××아파트’ 에피소드는 웃음으로만 그치지 않고, 아파트 이름에 영어를 쓰지 말자는 기사1)에도 등장하며 사회에 경종을 울렸습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Senior Club’이라고 간판을 단 아파트 경로당 사진을 공유하며 ‘작작해라’ ‘누가 알아보냐’ ‘허세작렬’ 등의 많은 분노가 일렁였었고요. 최근 성심당에서는 ‘스트로베리 쇼콜라 케이크’를 ‘딸기시루’로 바꾸어서 매출이 우뚝 솟았다는 모범적인 ‘우리말 사랑’ 기사2)가 있었네요. 괜히 허세 부리지 말고 한글을 아끼고 사랑하자는 교훈(?)으로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그나저나 성심당을 두 번이나 썼더니 심상정 사 오고 싶네요. 대전 분들 부럽습니다.
배한나
웃긴 사람으로 비춰지고픈 반내향인. 기독교 단체를 맴돌며 디자인을 업으로 삼고 있다. 현재는 청어람 ARMC에서 일하는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