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호 책방에서] 키티 테이트·앨 테이트, 《위로를 주는 빵집, 오렌지 베이커리》(윌북)
빵 굽는 책방에서 5년째 빵을 만들다 보니, 빵에 얽힌 사연이 꽤 많아요. 손이 많이 가는 케이크가 잘 나온 날. 뿌듯해하며 진열대에서 꺼내는데, 순간의 방심으로 케이크가 추락하고 눈물도 또르륵 떨어진 일. 반죽에 야채소를 넣는데 자꾸 터져 씩씩거리며 욱여넣기를 수십 분, 간신히 봉합했지만 오븐 속 온갖 야채들이 보란 듯이 삐져나온 사건. 꼭 바쁠 때마다 찾아오는 장 트러블!
행복한 일도 있지요. 좋아하는 빵을 직접 구워 바로 먹는 기쁨. 냄새는 또 얼마나 좋게요. 오븐을 열었을 때 풍기는 고소하고 달큰한 향은 새벽부터 일한 고단함을 단박에 날려버립니다. 무엇보다 브레드 송(bread song)은 꼭 들려드리고 싶어요. 갓 나온 빵이 차가운 공기와 만나면 표면에 크랙이 생기면서 “타닥, 타닥” 소리가 나거든요. 마음의 소란이 차분해집니다.
역시 가장 좋은 건 빵 반죽과의 교감이죠. 소량의 효모가 들어갔을 뿐인데, 한 덩어리로 살아 움직여요. 울룩불룩 올라온 기포는 반죽의 숨. 시간이 지나 빵실빵실 커지는 모양은 꼭 기지개 같습니다. 부드럽게 만져야 해요. 세게 두드리면 조직이 찢어집니다. 부풀어 오르면서 생긴 가스를 조심스럽게 빼주며 신선한 공기를 넣어줘야 하고요. 반죽이 좋아하는 온도와 습도를 이해하고 그날의 컨디션도 살펴야 합니다.
하지만 빵 반죽은 초보 제빵사보다 큰마음을 갖고 있어요. 서툰 솜씨 때문에 모양을 잡다가 시간이 지체되어 초 단위로 생기를 잃어가는 반죽을 보면 속이 까맣게 탑니다. 그럴 때마다 반죽은 응원을 보내죠.
‘괜찮아. 차분하게 해보자. 내가 힘을 내볼게!’
영국의 작은 마을 와틀링턴에 사는 키티도 빵에서 생명을 만났습니다. “반죽에는 부드럽게 기포가 일었고, 기포 하나가 터지면 다른 기포가 일었다. 반죽은 살아 있었다.” 열네 살 키티는 갑작스러운 우울증과 공황장애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는데요. 어떤 치료나 활동도 소용없던 키티가 아빠가 구운 빵에 관심을 보이게 된 거죠. 시시각각 변하는 반죽, 구워져 나온 빵의 노래와 향기. 자신이 만든 빵을 순식간에 먹어 치우는 이웃의 표정….
회복은 그렇게 시작됩니다. 각종 에피소드는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재료이고요. 재료들은 한데 섞여 근사한 빵이 되지요. 책 곳곳에서 ‘살고 싶다’는 간절함과, ‘살아가라’는 뜨거움이 만납니다. 살아있는 마음들이 방울방울 기포가 되어 열네 살 소녀를 부풀어 오르게 한 거겠죠.
4월엔 살아있는 것을 가까이하고 싶어요. 말도, 생각도 표정도, 손짓과 몸짓도, 마음도. 그러려면 살아있는 삶을 살아야겠네요. 다행입니다. 빵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어서요. 빵을 만들어보세요! 책에 다양한 레시피가 실려있거든요. 살아있는 모든 게 소중한 4월입니다.
이수진·김희송
경기도 연천 조용한 마을에서 작은 빵집이자 동네책방, 그리고 여행자들이 머무는 게스트하우스인 ‘오늘과내일’을 운영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