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4호 정원의 길, 교회의 길]

나는 뉴욕 주립대 지역 캠퍼스에서 식물 공부를 시작했다. 미국의 식물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었고, 영어로 공부해야 한다는 부담에 많이 긴장했었다. 첫 학기 나무 수업에서 150여 종의 나무 학명을 외우고 실물 앞에서 식별하는 시험까지 마치고 나서 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 학생들도 본토 식물을 잘 알지 못했고, 라틴어로 학명을 외우는 데는 나와 같은 출발선에 있었다. 무엇보다 재미있었다. 자연과 생태에 대한 막연한 관심과 동경의 선을 넘어서 개별 식물들 이름과 계통, 고유한 성질을 알아가는 동안 어떤 목마름이 해갈되는 느낌이 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