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호 동교동 삼거리에서]

‘플랫폼’이라는 단어는 기차역 승강장에서 유래했습니다. 요즘은 인터넷에 기반한 여러 서비스를 설명할 때 광범위하게 쓰이지요. 사람이나 물건, 정보와 감정이 분주하게 오가며 부딪친다는 데 공통점이 있는 듯합니다. 최근 인터넷 뉴스 플랫폼에서 12∙3 비상계엄을 옹호하는 기사들이 쏟아지는 것을 보면, 언젠가 소설에서 보았던 장면이 떠오릅니다. 전쟁 광기에 휩싸인 군중들이 기차 플랫폼에서 만나고, 광란이 절정에 이를 때 기차는 경적을 울리며 전쟁터로 향하지요.

‘속보’ ‘단독’을 단 기사가 하루에만 수백 개 넘게 쏟아집니다. 조회수가 기사 제목과 논조를 좌우하고, 사실과 거짓이 뒤섞인 정보가 알고리즘을 타고 들어옵니다. 2월호는 이 소음을 뒤로하고 광장에 머물러보자는 취지로 구성했습니다. 광장은 다양한 목소리와 관점이 교차하고, 때로는 충돌하며 새로운 이야기가 태어나는 곳입니다. 한목소리를 내는 것 같지만, 여러 의견이 집결되어 경합하는 공간이지요. 마치, 잡지처럼 말입니다.

‘탄핵’을 외치는 광장의 골목골목에서 선결제한 커피와 어묵탕 등이 온기를 더했다고 하지요. 이 차가운 계절에 독자님들이 월간지 플랫폼에서 잠시 숨을 고르며 따뜻한 순간을 마주하기를 바랍니다.

이범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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