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호 책방에서] 헨리 나우웬, 《탕자의 귀향》(포이에마)
출간된 지 16년 지난 이 책을 굳이 소개하는 데 어떤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까. 그 긴 시간을 지나 책이 나를 찾아왔고, 마치 ‘지금이야!’ 하며 읽기를 재촉하는 듯했다.
한쪽에 앉아 렘브란트의 〈탕자의 귀향〉 그림을 한없이 바라보는 저자를 상상했다. 5분이면 충분한 이 그림에서 무엇을 보았을까. 저자는 단 한 점 그림을 통해 ‘탕자의 비유’(눅 15장)에 숨겨진 수많은 비밀을 파헤쳐간다. 그 비밀을 찾아가는 저자와 우리의 여정에 관한 이야기다.
흔히 이 비유에서 하나님과 인간의 용서와 사랑을 느끼지만, 그것만으로 진정한 깊이를 느끼기 어렵다. 저자가 그림을 통해 추적한 ‘탕자의 비유’는 훨씬 깊다. 책을 읽으며 내 속에 담아둔 사랑하는 이들을 기억했고, 책장을 넘기는 순간순간은 “아직도 상거가 먼데” 아들을 기다리는 아버지의 심정처럼 아프고 슬프고 초조하고 간절했다. 기다리는 아버지와 머뭇거리는 아들의 두 마음이 내 모습 같아 더디고 아프게 읽혔다.
이 책을 읽은 우리는 모두 탕자이자 큰아들이며 아버지임을 깨닫는다. 어떨 때 따뜻하고 억센 아버지 손을 떠올리며, 때로 아들 발에 해어진 샌들을 보며, 가끔 부자 상봉을 냉랭하게 보는 큰아들의 모습에서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저자가 그림을 하염없이 바라보게 된 이유를 나도 알 것 같다.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 렘브란트 그림 복사본 두 점을 사서 사랑하는 한 분과 나누었다. 그분은 침대 위에, 나는 서점 벽에 걸어놓았다. 우리도 그림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돌아갈 곳과 사랑하는 이들을 기다리는 그 길 어귀에 서서 하루하루를 살아갈 것이다.
이 책을 읽을 때 지난해 품고 기도하던 KH, JH, SH, MH를 기억했다. 그들이 기다리는 자일지 돌아올 자일지는 주님만 아실 것이나, 우리는 모두 기다림과 돌아감 사이에 선 영혼들이다. 우리는 서성거린다. 치열하게 읽은 이 책은 언젠가 기억하는 이에게 전해주기 위해 고이 간직될 것 같다. 내게 이런 시간을 주었으니, 이 책을 다른 어떤 말로 소개할 수 있을까. 마음을 울리고 기도하게 하며, 사랑하는 이를 기다리게 하고 사랑하는 이들에게 돌아가게 하며, 그들을 대하는 자세를 반성하게 만든 이런 가치를 빼고 무얼 이야기할까.
혹시 읽게 된다면, 웹툰 원작 드라마 〈조명가게〉 OST 〈이 비가 그칠 때쯤〉을 함께 들어보라. 사랑하는 이들을 향한 간절한 기다림과 돌아옴에 대한 노래다. 기다리는 아버지, 돌아갈지 망설이는 탕자, 용서를 택하지 못하는 큰아들의 상처 어린 마음이 담긴 아련한 노래가 이 책 의도를 더 잘 느끼게 해줄 것이다.
이동식
총신대학교 구내서점에서 10년 근무한 후, 서울 중랑구 상봉동에 있는 ‘상봉몰’(종합 기독교 서점)에서 고단한 밥벌이를 몸으로 수행 중! ‘독서는 즐겁게, 누구나, 읽을 이의 눈높이로!’라는 소신을 품고 운영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