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호 동교동 삼거리에서]

오늘은 1월호가 마감되는 디데이(D-Day)입니다. 독자들이 1월호를 받으실 때면, 이 글을 쓴 지 열흘은 훌쩍 지났을 것입니다. 이 시차는 월간지의 숙명이자 매력입니다. 2025년 1월호를 위해 여러분이 글을 쓰고, 편집하고, 인쇄하고, 배포하는 동안 시간이 흐릅니다. 그사이 세상은 변하고, 또 다른 세계가 펼쳐집니다.

이번 호에는 12·3 내란 사태 전/후의 글이 함께 실려있습니다. 그 간극이 우리가 부닥친 황당한 현실을 더 또렷하게 들춥니다. 한강 작가는 1980년 5월 광주를 다룬 《소년이 온다》를 쓰며 “과거가 현재를 돕고 있다고, 죽은 자들이 산 자를 구하고 있다고 느낀 순간들이 있었다”고 말합니다. 이번 쿠데타를 막아낸 시민들의 힘이 지난 엄혹한 세월, 민주주의를 지킨 희생자들로부터 온 것임을 새삼 깨닫습니다. 우리가 기다리는 저마다의 D-Day들이 서로의 팔을 바싹 끼고 횡대를 이루는 모습을 봅니다.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서지요.

D-Day라는 말은 작전 개시일을 아무도 모르게 유지하기 위해 사용한 군사 용어라고 합니다. 오늘은 D-Day를 12월 3일로 정한 내란 패거리의 우두머리,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표결 D-2일입니다. 미래의 독자 여러분께 묻습니다. 어떻게 되었나요?

이범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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