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9호 잠깐 독서]
일상 기록으로 찾는 삶의 이론들
《이 정도면 충분한》과 《몸을 돌보는 시간》을 펴낸 조희선 목사의 신간 에세이. 저자는 목사직에서 은퇴한 후, 중년과 노년의 시간을 보내며 삶을 차곡차곡 기록해왔다. 일상에서 시작된 경험을 통해 새로운 세상에 들어서고, 계속해서 성숙해가는 길을 찾는다.
나와 남편은 이미 예순여섯, 예순아홉이다. 노화가 찾아오기에는 적절한 나이다. 노화! 나이가 하는 일이다. 나는 지금이 좋다. 과거의 어떤 날로도 돌아가고 싶지 않다. 젊은 날의 치열함과 긴장을 반복하고 싶지 않다. 지금이 좋고 앞으로의 삶, 나이가 하는 일, ‘노화’가 싫지만은 않다. 노화는 어쩌면 많은 걸 잃는 것이라기보다는 이전과는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것이다. 하긴 누구나 매 순간 다른 삶으로 들어간다. (156쪽)
그림으로 선포되는 성서의 세계
지거 쾨더는 사제이자 신학자이면서 ‘현대 종교미술의 거장’이라 불린다. 그의 작품에 신학자, 목회자, 상담가 등이 묵상 원고를 곁들여 완성한 책이다. 신구약 성경 전체를 아우르는 그림 103점이 담겼다.
실패한 사람들의 비참함을 아시기에, 그분은 몸소 비극적인 사랑을 체현(體現)하셨습니다. 그렇게 하심으로써 예수님은 우리 인간과 가장 깊이 연대하십니다. 우리에게 지워진 십자가를 시몬처럼 받아들여 그 무게가 어깨를 짓누를 때, 이미 그런 전조를 받아들이고 십자가에 자신을 바친 사람이 있었습니다. 주님은 우리를 붙잡아 주시며 형제인 우리와 더불어 그 짐을 짊어지십니다. 주님께서 우리의 고난을 짊어지실 때 고난의 길은 더 높은 희망의 길로 이어집니다. (207쪽)
갈라디아서, 경계 너머의 복음
‘하나님의 선교’ 관점에서 갈라디아서 전체를 읽어내는 책. 저자는 갈라디아서를 율법과 은혜, 이신칭의를 주제로 펼쳐지는 ‘교리 논쟁서’로 보면 텍스트의 의미와 역동을 오롯이 다 살피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새로운 전환기에 경계를 넘어서 전달되는 복음 이야기로 읽어야, 21세기 탈교회 시대에 필요한 상상력이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다.
자신의 신앙 경험을 성경적 관점에서 이해하는 일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나의 신앙 경험이 무엇에 근거하고 있으며, 무엇을 향하는지 제대로 보게 됩니다. … 복음, 성령의 은혜와 선물로 표현되는 복을 주신 이유는, 경계를 넘어서는 존재가 되라는 뜻입니다. 경계를 넘어 세상 속에서, 이웃 가운데, 모든 민족에게 복이 되고, 복을 끼치고, 복을 구하고, 복을 전달하는 존재가 되라는 것입니다. (98-99쪽)
삶으로 풀어지는 하나님 나라 복음
제자도를 고민하며 캠퍼스·출판·목회·번역 현장에서 오랫동안 활동해온 사역자가 쓴 ‘하나님 나라 복음’ 개관서. 성경의 큰 그림에 바탕하여 십자가, 부활, 산상수훈, 기도, 전도, 소명 등의 기독교 핵심 주제를 살핀다. 친철하게 쓴 이 책은, 최신 학문적 연구를 반영하고 복음의 실천을 강조하여 신선한 통찰과 의미 있는 도전을 준다.
하나님의 명령이 그 자체로 창조하는 힘이 있어 무에서 유를 탄생시킨 것처럼(창 1장), 하나님의 명령 자체에 이미 우리를 변화시키시는 능력과 그렇게 하겠다는 약속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예수님의 명령은 더욱더 제자들 안에서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능력이 있습니다. 새 언약의 선물인 성령님의 내주하심 때문입니다. 그러한 까닭에 예수님의 명령을 실천하는 과정은 단순히 내 힘으로 그것을 실행해야만 한다고 믿는 율법주의나 공로주의와는 전혀 다릅니다. (118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