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6호 잠깐 독서]
노련한 영성가가 인도하는 잠언 묵상 여정
주석과 큐티의 중간을 지향하는 해설서 ‘말/숨/삶’ 시리즈 ‘잠언’ 편. 성서학자이면서도 영성가적 면모를 보여온 관록 있는 목회자인 저자가 잠언서 각 장과 절의 본뜻을 밝히면서 현대적 맥락에 맞게 재해석하여 일상생활에 적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잔잔한 묵상의 여정으로 이끄는 노련한 솜씨가 돋보이는 책.
진리는 언제나 우리보다 앞서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진리의 말씀 앞에 자주 나 자신을 세웁니다. 진리의 말씀 앞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고발당합니다. 그 고발을 정직하게 받아들이고 무릎 꿇을 때, 조금씩 진리의 사람으로 변해 갑니다. 진리는 마르지 않는 샘과 같고 끝을 알 수 없는 깊은 구멍과 같습니다. 아무리 퍼내도 물은 고갈되지 않고, 아무리 깊이 파고들어도 바닥에 닿지 않습니다. 그래서 지혜의 말씀을 읽고 묵상하기를 멈추지 않습니다. (238쪽)
이 시대의 공동체 기도로 풀어낸 주기도문
공동체 기도로 드려지는 주기도문을 이 시대의 언어로 풀어냈다. 예수께서 가르쳐주신 기도의 의미를 여덟 가지 주제로 나눠 설명한다. 시대가 변하여도 주기도문이 그리스도인에게 주는 울림은 여전히 변혁적이고 혁신적이다.
하루는 ‘전 세계 음식물의 1/3 버려져, 연간 438조원 규모’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게 되었습니다. 세계에서 기아에 허덕이는 이들이 8억 7천만 명이나 되는데, 다른 어딘가에서는 먹지도 않고 버려지는 음식이 어마어마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거의 10년 전 기사인데도 여전히 마음에 와닿습니다. 기사를 읽으며 일용할 양식을 구하라고 말씀하신 예수님의 지혜를 생각했습니다. 우리가 일용할 양식을 구하지 않고, 일용할 양식에 감사하지 않아서 이런 세계적인 불균형과 재앙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138쪽)
우리말로 직접 만나는 아르미니우스 사상
감리교 창시자 존 웨슬리 신학에 큰 영향을 준 네덜란드 신학자 아르미니우스의 사상이 국내 최초로 번역되었다. 칼뱅의 예정론을 비판한 그는 장로교에서 이단시되어 매우 단순하게 알려진 측면이 있다. 이 책은 올해 완간 예정(전 3권)인 전집 제1권으로, 강연·토론·논박·변론 등이 담겼다. 역자 해제도 30쪽 정도로 상세하게 달려있다.
특별히 교회사에 지대한 관심이 있거나 특이한 야심을 품은 사람이 아닌 한 … 아르미니우스의 신학 사상을 기웃거리거나 원전까지 찾아볼 생각을 하는 일은 좀체 없을 것이다. 더욱이 한국 교계의 풍토에서 ‘아르미니우스’라는 이름은 거의 ‘펠라기우스(pelagius)’와 동일시되는 형편이니 말이다. 그처럼 일면적인 접근이 공정한 것인지 재고할 필요가 있겠지만, 역사적으로 불거진 문제가 늘 그렇듯이 교회사에 등장하는 사건이나 교의를 해석하고 평가하는 문제도 단선율이 아니라 다성음악을 대하듯 접근해야 한다. (942쪽)
진정한 자유를 찾아가는 지혜의 길
동방의 수도원적 영성을 서방에 전해준 ‘수도승의 아버지’이자, ‘사막 영성’을 정의한 인물로 평가받기도 하는 요한 카시아누스(365-435)의 생애와 글을 통해 ‘진정한 내적 자유’가 무엇인지 돌아본다. 사막 교부·교모 영성을 전공한 신학 박사인 저자가 명료한 필치로 정리한 책.
우리는 ‘우리 자신’, ‘나 자신’이 되기 위한 자유를 얻기 위해 살면서 분투하고 있습니다. 나 자신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 또한 얼마나 열심히 노력하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자신이 ‘원래’ 어떤 사람인지 질문을 던질 용기가 필요하고, 궁극적으로 행복한 삶을 꾸려 나가기 위해 인내와 타인에 대한 이해 또한 필요합니다. 나에 대해 말하는 사람들에게 휘둘리지 말아야 하고, 삶을 신뢰하며, 부족함을 걱정하지 않고 올곧게 살아야 합니다. 그리고 길을 잘못 들거나 넘어졌을 때뿐 아니라 행복한 순간 그 모든 여정에 하느님께서 함께하신다는 것을 믿어야 합니다. (7-8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