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5호 에디터가 고른 책]

네 곁에 있어 줄게 / 류기인 외 지음 / 온기담북 펴냄 / 18,000원
네 곁에 있어 줄게 / 류기인 외 지음 / 온기담북 펴냄 / 18,000원

소년재판과 위기 청소년을 바라보는 16인의 시선을 담았다. 16인의 직업은 다양하다. 소년재판을 맡은 부장판사, 지방법원 서무계장, 정신병원 임상심리사, 센터장 및 사회복지사, 전문 상담사 등의 직업인들이 위기 청소년 곁에 머물게 된 이야기가 담겼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소년재판에 연결된 여러 기관과 다양한 전문가들의 관점을 살필 수 있다는 것이다. 촘촘한 관계망을 에둘러 보니, 미디어를 통해 접했던 자극적인 소년사건 보도 너머의 사람 향기를 맡을 수 있어 좋았다.

“삼촌… 저 예빈인데요…, 정말 저희 벌 안 주실 거예요? 약속 지켜 주시면 위치 알려 드릴게요.”
“무사해서 다행이다.”

이런 유의 책들은 온정주의 관점에서 쓰인 게 많아 현실의 반쪽만 담아내는 경우가 허다한데 이 책은 좀 달랐다. 자기와 인연을 맺게 된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하는 직업인들의 책임의식이 온정주의를 압도한 듯하다.

이 책을 내자고 관계자들에게 제안한 사람은 창원지방법원 류기인 부장판사다. 소년재판을 거듭하던 그는 ‘우리 아이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사람들에게 입체적으로 들려주어, 아이들에게 손가락질하기보다 손 한 번 더 잡아줄 수 있는 어른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책을 기획하고 출판 과정을 이끌었다.

6개월 전, 우연히 류기인 저자와 출판사의 첫 미팅에 함께했었다. 솔직히 말해 이 기획을 처음 들었을 때 의미는 좋지만 책으로 나오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 저자가 너무 많아 의견을 좁히거나 편집을 하기 어려울 것 같았고, 그 많은 원고들이 확보될지도 불분명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말, 그의 계획대로 반년 만에 책이 나와 깜짝 놀랐다. 오선화 작가가 ‘추천의 글’에서 언급했듯 “한 아이의 곁에 있어 주겠다는 열여섯 명의 ‘한 사람’들이 말이 아닌 삶으로 말”한 결과일 것이다.

이범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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