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4호 동교동 삼거리에서]

마감으로 야근을 하고 퇴근한 날 밤, 1963년생 엄마는 종종 제게 “미안해”라고 말씀하십니다. 주로 모바일로 쇼핑하실 때 늘 제게 최종 결제를 부탁하시거든요. 몇 번 가르쳐 드렸지만 결국 포기하셨습니다. 언젠가 다른 나라에서 온 한 친구는, 한글로 된 디지털 메뉴판 앞에서 쩔쩔매다가 자신을 도운 제게 연신 “고맙다”고 말했는데요. 마음 한구석이 조금 불편했습니다. 그렇게 미안해하거나 고마워해야 할 일인가 싶어서요. 누군가는 이를 두고 ‘문해력이 나쁘다’고 할 텐데, 과연 누구의 관점에서 하는 평가인가, 좀 더 시스템이 친절할 수는 없나? 생각해보게 됐지요.

예상하셨겠지만, 이번 커버스토리는 문해력(리터러시, literacy)을 둘러싼 다양한 관점을 담아 보았습니다. 문해력은 보통 글(text)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을 일컫는다고 하는데요. 엄마의 사례처럼, 글이나 책만이 아닌 더 넓은 차원에서의 ‘텍스트’를 소화하고 이용할 줄 아는 능력을 의미한다고 이해했습니다. 분위기를 읽는 능력, 상대의 의도를 헤아리는 것, 그리고 복음과 상황을 읽어내고 잇고자 하는 저희의 노력 모두 문해력처럼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5년 전, 한국교회와 우리 사회에 필요한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복음과상황〉에 입사했었는데요(지금 돌아보니 신입다운 패기였습니다). 아마도 제가 처음으로(?) 복상보다 나이가 적은 직원이었던 것 같은데, 이곳에서의 일들이 제 역량에 늘 버거웠던 것 같습니다. 복상이 전하는 메시지에 머리로 동의하면서도, 안전한 울타리만 경험해왔기에, 독자님들처럼 복음과 상황을 갈급하게 잇지 못했던 것 같아서요.

동료들 덕분에 어떻게든 해내온 것 같은데요. 곁에서 배운 가장 큰 지혜는, ‘무엇’을 전하느냐보다 ‘어떻게’ ‘언제’ 전할 것인지가 더 어렵고, 훨씬 중요하다는 사실이었습니다. 하지만 복음과 상황을 함께 읽어내려는 독자님들이 없었다면, 이 운동은 지속되지 못했겠지요.

저는 5년간 몸담았던 복상 울타리를 나오게 되었는데요. 지금까지 부족한 모습들을 용납해주시고 격려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앞으로 세상의 언어를 새롭게 배울 텐데, 시간이 흐르면 이곳에서 듣고 전한 이야기들이 4D처럼 입체적으로 다가올 것 같다는 직감이 듭니다. 머리로 동의한 것을 비로소 정답이었다, 가슴으로 느낄 것 같고요. 이제부터 고생길 시작입니다만, 저답게, 씩씩하게 나아가겠습니다.

김다혜 기자

■ 아쉬운 떠남
5년 동안 복상과 함께한 김다혜 기자가 6월 30일부로 사직했습니다. 특별히 독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복상의 지평을 한껏 넓히는 기사를 써온 나날들, 감사합니다. 김 기자의 앞날을 위해 기도와 격려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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