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3호 5070 독자 탐방] 김해·창원 독자모임 류기인 지기·우재형 독자

류기인 지기(왼쪽)와 우재형 독자. ⓒ복음과상황 김다혜

8년째 이어지고 있는 김해·창원 독자모임에 참여 중인 우재형 독자와 류기인 지기를 11월 2일 창원시 동읍의 주남저수지에서 만났다. 책과 잡지를 읽는 데 진심인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복음과상황 김다혜

독자모임에 참여하는 이유

김해창원 독자모임에 햇수로 5년째 꾸준히 참석하고 있는 우재형 독자는 창간호부터 〈복음과상황〉을 읽어온 장기 애독자이다. 그는 개척교회 목사이자 요양병원 야간 당직 의사로 8년째 근무하고 있다. 과거 고신대 의대에서 해부학 교수로 재직한 후 ‘울산새소망교회’를 개척해 10년간 목회했으며, 이후 필리핀에서 아내와 함께 선교 사역을 했다. 그러다 2017년 한국으로 돌아와 ‘느림보교회’를 개척했다. 김해·창원 독자모임에 참여한 시점도 이즈음이다.

김해·창원 독자모임을 만든 사람은 류기인 지기다. 현재 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에서 근무 중인 그는 8년 전 복상지기 모집 광고를 보고 모임을 시작했다. 독자모임을 하면 매달 잡지를 5부씩 더 받아볼 수 있다는 이야기에 끌렸다. 2019년에는 소속 교회 청년부 학생들이 김해창원 청년 독자모임을 꾸릴 수 있도록 다리를 놓아주기도 했다. 크리스천 지인들에게 ‘일단 읽어봐라’고 잡지를 나눠주며 구독을 권하고, 복상을 통해 김해·창원에 거주하는 독자들에게도 연락을 돌렸다. 그런데도 모임이 잘 활성화되지 않아 안타까움을 느꼈다. 책임감으로 마음이 무거웠고, 너무 오래 지기를 맡고 있나 싶기도 하던 차에 코로나로 2년 가까이 온라인으로 모임을 진행하게 됐다.

심적으로 더 어려웠을 법한데, 류기인 지기는 오히려 마음을 조금 비우고 만남 자체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코로나를 겪으며 교회 모습이 더 다양해져야 한다고 느꼈는데, 복상 독자모임도 하나의 교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잡지를 매개로 다른 크리스천들과 마음을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혼자 신앙생활하기 어렵듯, 혼자라면 읽기 버거웠을 잡지를 모임이라는 ‘굴레’ 덕분에 매달 읽게 된다며 웃음을 지었다.

ⓒ복음과상황 김다혜

〈복음과상황〉에 바라는 것

긴 시간을 함께해온 독자가 볼 때 복상은 어떤 잡지일까. 우재형 독자는 보수적으로 편향된 한국교회 지형에서 세상을 보는 눈을 균형 있게 키우고 싶을 때 복상을 통해 도움을 받는다고 답했다. 나름대로 동시대 사회문제를 직접 알아보기에는 한계가 있는데, 다양한 필진을 통해 시대적 흐름을 놓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류기인 지기는 복상이 ‘매번 업데이트되는’ 지도 같다고 말했다. 누구를 만나고 어떤 조직이나 공동체에 속하느냐에 따라 삶의 궤적과 생각이 많이 달라진다며, 10여 년 전부터 복상을 꾸준히 읽어온 자신의 현재 모습이 이전과 조금 달라졌음을 느낀다. 복상도 한 걸음씩이지만 한 자리에 머물지 않고 함께 경로를 모색한다는 인상을 받고 있다.

오랫동안 잡지를 읽다 보면 겹치는 주제의 글을 여러 차례 마주하기 마련인데, 그럴 때는 어떤 생각이 드는지 궁금했다. 두 사람은 ‘같은 주제를 다루더라도 상황이 달라지기 때문에 식상하게 느끼지는 않는다’고 답하면서도 ‘마케팅/홍보’ ‘접근성’ 부족에 아쉬움을 표했다. 류기인 지기는 영상이 더 친숙한 자녀 세대가 잡지의 존재를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도록 ‘영상을 꾸준히 업로드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인터넷 카페 설립’도 제안해왔다. 복상지기 단톡방이 있어도 참여 대상이 한정되어 있다는 점, 단톡방 특성상 휘발성이 강하다는 점, 기사를 공유하는 SNS 플랫폼이 아무리 활성화되어도 한 방향으로만 소통되기 쉽다는 점 때문이다. 우재형 독자도 최근 클럽하우스에서 진행하는 독자모임에 들어가고 싶었지만 ‘어떻게 이용하는지 몰라 접속할 수 없었다’는 말을 전했다. 이어서 그는 ‘관점’ 이야기도 꺼냈다.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복음에 대한 관점을 계속해서 잘 정립해가는 일도 복상의 지속적인 과제라고 짚었다.

ⓒ복음과상황 김다혜

책을 통한 만남에 ‘진심’인 사람들

복상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은 두 사람은 사실 독자모임 외에도 책을 통한 다양한 ‘만남’에 힘을 쏟고 있다. 우재형 독자는 같은 노회 소속 목사들, 그리고 지인 목사들과 함께하는 독서 모임에 각각 수년간 참여하고 있다. 지금까지 안용성, 최종원, 박영호, 피터 엔즈, 그레고리 빌, 팀 켈러 등이 쓴 신학서와 동양 고전 등을 읽으며 설교와 목회를 연구하는 데 도움을 받았다. 또, 올해부터는 청년 시절 함께 신앙생활한 지인들을 매주 주일 저녁 책 모임으로 만나고 있다. 이 모임에서도 신학 서적을 주로 읽는다. 구성원들 관심사가 다양해 신학교에서 배우지 못했던 문학비평도 접하고 있다. 그는 평소 기독교 서적 외에도 다양한 분야를 읽는 일을 즐기고, 사람들에게 주로 책을 선물한다고도 말했다.

류기인 지기 또한 참여하고 있는 책 모임이 여러 개다. 법대 동기들이 참여하는 온라인 모임과 이전 교회에서 함께 출석했던 또래 친구들과 진행하는 모임에 함께한다. 또래 친구들과의 모임에서는 김용규의 《데칼로그》(포이에마)를 읽고 있다. 직장 내 연구회에 소속된 사람들과 함께 ‘금요 책방’이라는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돌아가며 책을 소개하는 글도 쓴다. 교회 청년들과도 책 모임을 하고 싶지만, 아직 뜻을 이루지는 못했다. 한 달여 전부터는 아내의 제안으로 가족 책 모임도 시작했다.

가족 모임에서 지금 읽고 있는 책은 《세상을 사는 그리스도인》(죠이북스)으로, 매주 온라인으로 부부와 세 자녀가 만나 30분 동안 읽은 책에 대해 나눈다. 이때 잔소리는 일절 하지 않고 자녀의 이야기를 들으려 한다. 부모가 바른 소리만 하면 아이들이 부모한테 보여주는 모습이 다르기 마련이라, 걱정도 되고 궁금하기도 하다. 그럴 때 책 모임이 아이들 생각을 간접적으로 들을 수 있는 매개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추후에는 복상도 함께 읽을 계획이다. 성교육이나 결혼에 관한 책도 자녀들, 교회 청년들과 함께 읽고 싶지만, 잔소리가 될까 봐 관련 책을 증정하는 선에서 그친다.

혼자 시간을 쪼개 책 한 권 읽기도 바쁠 텐데, 이처럼 이들이 ‘함께 모여 읽는’ 데 힘을 쏟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재형 독자는 다른 사람 이야기를 듣는 ‘즐거움’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자신이 미처 살피지 못한 점에 주목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때마다 세상은 하나가 아니라 사람들 마음속에 저마다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느낀다.

류기인 지기는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변화를 가진 힘’이 책 모임에 존재한다고 본다. 사람들은 누군가가 자신을 설득하거나 가르치려 하면 잘 듣지 않는데, 책을 함께 읽으면 저자의 정리된 생각을 접하면서 자신이 가고 있는 방향을 돌아볼 수 있다. 그는 처음 보는 사람과도 5년, 10년 동안 함께 책 모임을 하다 보면, 생각이 다르더라도 ‘우리 잘 걸어왔네’ 하며 서로를 격려하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김해·창원 독자모임도 무사히 지속된다면 2년 뒤 10주년을 맞는다. 그때 함께 ‘우리 잘 걸어왔네’ 격려할 수 있기를.

줌(ZOOM)으로 진행된 최근 김해·창원 독자모임
줌(ZOOM)으로 진행된 최근 김해·창원 독자모임

 

〈복음과상황〉 창간호부터 함께한 우재형 독자가 걸어온 길 

ⓒ복음과상황 김다혜<br>
ⓒ복음과상황 김다혜

- 인생을 돌아볼 때, 지난 선택에 대한 후회는 없으신가요? 

청년 시기에 영적 멘토가 있었다면 일찍이 길을 찾았겠다고 생각하지만, 지금까지 내린 선택에 미련은 없어요. 처음 해부학 교수가 된 이유도 의사들을 전도하는 지름길이 되리라는 생각에서였는데요. 신앙의 연륜이 쌓이지 않은 상태에서 단순하게 내린 선택이었어요. 보람도 있었지만 다 큰 학생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일이 무척 어렵다는 점도 깨달았고요. 무엇보다 군 제대 후부터 계속 목회를 하고 싶었거든요.

처음 개척했던 울산새소망교회를 세우는 과정은 쉽지 않았어요. 초대교회 신자들처럼 예수님 가르침대로 배우고 실천하는 일이 교회의 핵심이라고 전했지만, 한 성도에게 ‘그렇게 설교해서 사람들이 교회에 오겠냐’는 말을 듣기도 했죠. 이곳에서 10년간 사역했지만, 재정적 자립을 이루지도 못했어요. 이런 상황 가운데 같은 신학교를 나온 아내는 일찌감치 선교 사역을 하고 싶어 했어요. 저도 마음이 움직여서, 기존 교회를 다른 교회와 합병했어요. 아내와 함께 선교사 훈련을 받아 11년 전쯤 필리핀으로 떠났죠. 선교사 자녀 학교 ‘마닐라 한국 아카데미’에서 3년 동안 지내면서 처음에는 기숙사 사감으로, 이후 도서관 관장으로 일했어요. 그게 마지막 여정일 줄 알았죠.

- 그런데 한국에 돌아오셔서 요양병원에서 일을 시작하셨죠.

처음 근무했던 병원에서 치매가 있는 부모님 두 분을 모시고 매일 돌보면서 인생에 대해 생각했어요. 치매 환자들은 야간에 행동장애를 보여요. 아버지가 밤중에 제가 근무하는 방으로 찾아오셔서 과거 이야기를 지금 일어나는 일처럼 말씀하시기도 했어요. 초등학교 교장까지 하셨던 분인데…. 그런 아버지와 다른 환자들을 보면서 ‘다들 한때 내로라하는 삶을 살았을 텐데 죽음에 임박해서 보이는 모습은 초라하구나’ 싶었죠. 그렇게 의사로 근무하면서 느림보교회를 새로 개척했어요.

- ‘느림보교회’라는 이름이 특이한데요.

우리는 늘 급하지만 하나님은 원대한 계획 가운데 느리게 일하시는 분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의대 재직 중에는 맞은편 신대원에서 공부할 수 있었고, 선교하러 갈 때는 그곳에서 일생을 마치리라 생각했으나 부모님 건강 때문에 돌아왔죠. 의사 면허증이 없었다면 지금까지 생계가 어땠을지 아찔하고요. 정말 감사하게도 목회자였다면 잘 만나지 못했을 비신자들을 병원에서 많이 만나게 됐어요. 가까이 자주 접할 수 있는 병원 직원들과 좋은 것들을 함께 나누면서 친하게 지내려고 힘쓰죠.

인생을 돌아볼 때마다 잠언 구절이 함께 떠올라요.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의 걸음을 인도하시는 이는 여호와시니라”(16:9) “사람의 걸음은 여호와로 말미암나니 사람이 어찌 자기의 길을 알 수 있으랴”(20:24). 앞으로 목사 임기가 채 2년도 안 남았지만 계속 전도하고 말씀을 전하면서 살고 싶어요. 내년 봄쯤에는 지인인 젊은 목사와 같이 사역할까 싶어 기도하며 의논하는 중이에요. 올해는 안식년이라 좋아하는 책들을 많이 읽고 있고요.

사진: 류기인 제공
사진: 류기인 제공

- 추천하고 싶으신 책이 있다면요.

신앙생활 초창기에는 워치만 니와 윤종하 장로를 좋아했어요. 워치만 니의 경우 지금 돌이켜보면 견해가 잘못된 부분도 있지만 탁월한 영성가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어요. 윤종하 장로는 여러 곳에서 행한 강의를 녹음테이프로 만들어서 다 들었고요. 다른 저자들의 《영성 훈련》(은성), 《십자가와 나》(생명의말씀사), 《칭의와 성화》(두란노), 《로마서와 하나님 나라》(새물결플러스)도 기억에 남는 책이에요. 최근에 읽은 《보이지 않는 세계》(좋은씨앗)는 성경 속 난제들을 다루는데, 아주 재밌게 읽고 있지요.

신학 서적 외에도 인문학 책을 많이 읽으려고 노력해요. 하나님 주권을 너무 강조하다가 인간을 너무 보잘것없게 보는 듯한 개혁주의 신학을 보완하기 위해서죠. 그런 점에서 동시대 작가로 신학을 공부한 인문학자인 김용규 박사의 책은 다 읽어볼 필요가 있어요. 이외에도 다양한 분야를 읽는데, 보통 각주에 언급된 책을 살펴보죠. 하나의 견해에 대한 책을 읽으면 이걸 비판하는 책도 살펴야 하니까요.

ⓒ복음과상황 김다혜<br>
ⓒ복음과상황 김다혜

에필로그

인터뷰 장소로 갈 때는 우재형 독자가, 진영역으로 돌아갈 때는 (일부러 휴가를 써서 동석한) 류기인 지기가 차를 운전해주었다. (두 사람은 열차 시간까지 짚어주었다.) 인터뷰는 예상과 달리 흘러가는 부분도 있었고 길어지기도 했지만 느낀 점이 있다. 직접 찾아가면 더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사실. 그러나 그만큼 녹여내지 못한 부분이 많아져 죄송한 마음이다.

주남저수지는 일 없을 때 다시 한번 가보고 싶다. 청명한 못과 비교적 낮게 날아가는 철새 무리에 오래 눈길을 주지 않으려 애써서 아쉬움이 남는다.

진행 김다혜 기자 daaekim@gosc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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