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2호 동교동 삼거리에서]

8월 둘째 주,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9월호 마감을 시작하는 가운데, 내리꽂듯 쏟아져 들이닥친 빗줄기는 매서웠습니다. 비가 무섭다는 생각을 정말 오랜만에 했습니다. 생에 몇 차례 겪은 물난리를 떠올리며, 수마(水魔)가 할퀴고 간 공간을 마주했을 이들에게, 참변을 당한 이들과 유가족에게 하나님의 위로가 임하길 간절히 바랐습니다.
가슴 시리게도, 중부지방과 달리 남부지역은 가뭄과 폭염에 말라가는 상황이었죠. 올해는 가뭄이 세계적 현상이라는 소식에 할 말을 잃게 됩니다. 이런 날들이 지속·심화되는 기후재난 시대에 ‘배움’을 이야기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시골 출신 여성이 경험한 인상 깊은 배움의 발걸음을 담은 회고록 《Educated》 한국어판(‘배움의 발견’)에서 제목을 따온 이번 커버스토리는, 서로 배우면서 서로를 살리는 공동체로 함께하는 일의 의미를 묻는 인터뷰와 강연으로 채워졌습니다.
평생교육과 여성주의 교육의 관점에서 배움에 대한 우리 시야를 틔워줄 ‘여성주의 교육 연구소 페페’ 김동진 대표부터, 꼬리에 꼬리를 무는 여정으로 교회 도서관 ‘라이브러리 두란노’를 만들어가게 된 재즈 애호가 조영수 독자, 오늘날 ‘서로 가르치고 권고하는 공동체’로서 평신도교회라는 가능성을 논하는 신학자 로버트 뱅크스까지…. 사람들 삶 속으로 들어가는 실천적인 배움을 숙고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이 이야기들은 함께 놓고 읽어볼 수도 있겠습니다.
복상 실무진은 하나님이 허락하신 곳에서 오랜 시간 자기 자리를 지켜온 두 명의 신앙 선배(김주련·이대행)도 만났습니다. 그리스도의 향기가 묻어나는 이들의 삶과 목소리는 하나님 말씀과 부르심 앞에서의 배움이란 무엇인지를 겸손히 돌아보게 만듭니다.
그러고 보면, 우리네 인생은 하나님 앞에서 배움을 나날이 ‘재발견’하는 사건들로 채워져 있는 듯합니다. 재난의 시대, 하나님께 부르짖는 이웃 생명들이 처한 상황까지도 조명하여 그들의 안녕과 무사를 조금이라도 책임질 수 있는 그리스도인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강동석 기자 kk11@gosco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