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4호 동교동 삼거리에서]

다달이 주제를 선정할 때, 가장 고민이 많은 달이 1월입니다. 새해의 시작을 알리는 1월호 커버스토리는 왠지 다른 달보다 더 특별해야 한다는 강박감이 따라옵니다. 지난 세월의 갖은 미련을 떨쳐버리고 희망찬 계획을 세우기에 좋은, 1월에 걸맞은 내용을 담아야 한다는 부담이지요. 그런데도 2022년을 ‘죽음’으로 여는 이유는 미처 헤아리지 못한 죽음들이 많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충분한 성찰과 애도 없이 정리돼 버리거나 잊히는 영혼의 꼬리를 붙잡고 싶은 심정이었달까요.
2년 가까이 지속되는 팬데믹 상황에서 사망자 숫자는 매일 갱신되지만, 숫자로 치환된 죽음의 사연을 헤아릴 여유가 우리에게는 없는 듯합니다. 억울한 죽음, 안타까운 죽음을 마주하고도 그 어둠 속에 머물기보다는 섣불리 결론을 내리려고 하지요. 죽음을 뒤로하고 한시라도 빨리 일상으로 돌아가려는 우리네 습관은 우리 모두가 ‘결국은 죽는다’는 사실을 애써 잊으려는 인류의 오랜 습성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죽음(심판)을 통과하지 않고는 구원에 이를 수 없다고 믿는 그리스도인은 오늘날의 사망자 숫자를 어떻게 헤아려야 할까요.
이번 커버스토리는 “난치병으로 어린 딸을 먼저 보낸 부모 이야기, 오랜 암 투병으로 엄마를 일찍 보내야 했던 딸 이야기, 스스로 생을 마감한 딸을 혼자 간직했던 엄마 이야기, 병환으로 남편을 보내고 그의 부재를 공동체에 터놓지 못했던 여성 이야기, 갑작스러운 엄마의 상실에 담담하기만 한 아들 이야기…” 등을 가슴에 간직한 예배의 모습을 담았습니다(송진순). 이어 죽음이라는 부재의 자리에 기억의 시간을 묵묵하게 채워가는 일(장다나), 죽음이 드리운 암울한 현실에서 ‘함께 살기’의 강렬한 욕망을 발견하는 삶(김경순)을 통해 애도와 죽음의 의미를 살필 수 있을 것입니다. 벌써 잊힌 듯하지만, 전두환의 죽음 앞에서 지옥을 소망하는 그리스도인의 고백(김영준)도 일독을 권합니다.
‘사람과 상황’에서 만난 이재안 풀꽃강물교회 전도사는 수십 번 넘게 ‘무연고자 장례’를 치렀습니다. 13년째 쪽방 주민들과 함께하는 그가 쪽방 문 앞에서 건네는 인사(“살아있나~”)는 농담이자 진담이지요. “수많은 사람이 계속 죽어가는 걸 보면 죽음과 삶이 동전의 양면 같다는 느낌이 들어요. … 죽음이 눈앞에 있을 때는 죽음을 정면으로 보고요. 피하지 말아야죠.”
새해의 복을 빌어주기 전, 지나쳐버린 죽음들의 꼬리를 붙잡습니다.
이범진 편집장 poemgene@gosco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