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8호 동교동 삼거리에서]

얼마 전 성공한 사람을 만났습니다. 우연히 식사를 함께했는데, 맛집 요리를 먹으면서도 맛을 알 수 없었습니다. 밥 먹는 내내 자기가 어떻게 성공을 했는지, 왜 돈이 많은지, 하나님을 위해 어떻게 쓰고 있는지 성공담을 늘어놓았거든요.(밥 좀 먹읍시다!)  그는 세밑을 맞아, 어느 후원처를 끊고 어느 곳을 새롭게 후원할지 거룩한 고민을 하고 있었습니다. (복상을 봐주세요!) 결과적으로 제게는 물심양면 영양가 없는 시간이었습니다.

저는 성공한 이야기보다 실패한 이야기에 더 끌리는 사람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습니다. 사람들도 저와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합니다. 주식으로 전 재산을 날린 사람의 고백을 비롯해 여러 실패담에 달리는 “위로받고 갑니다”라는 수많은 댓글을 보면 말이지요. 굵직한 실패 서사를 다룬 영화 〈서울의 봄〉은 천만 관객을 앞두고 있다고 하네요.

1월호 주제 ‘분분한 실패’에서 ‘분분’은 여러 의미를 갖습니다. 분하고 원통하다[忿憤]. 매우 향기롭다[芬芬]. 떠들썩하고 뒤숭숭하다[紛紛]. 우리가 경험한 실패에는 이 모든 뜻이 다소간 포함되어 있겠지요. 이번 호의 여러 실패담을 접하며 ‘위로받고 갑니다’ 할 수 있었다면, 실패에 처한 이들을 위한 물심양면의 중보기도도 잊지 말아주세요.

이범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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