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5호 커버스토리]

당신의 이름은
슬픔의 기별인가요

대성통곡할 상처가
울 자리를 만나지 못해
막막하니 웅얼거리다가 부르는
주여,

슬퍼하는 사람은
당신의 이름을 부르며
손 모아 기도하고 있습니다

슬픔은
어딘가 숨어드는 한숨
훌쩍거림만 아니라
까닭 없이 답답한 가슴
목에 음식 걸린 듯 탈이 잦은
(아픈 몸의 재채기였을까요)

들으시는
주여,
신음마저 들으시는
당신의 귀를 주십시오

들을 수 없는 사람은
어떻게 슬퍼해야 할 줄 모릅니다
슬픔으로 뒤척이는 침묵의 바다를
앞에 두고도 어찌할 바 모릅니다

9월 1일에야, 100년 전 일본 간토대지진이
아직 위로받지 못한 슬픔의 진앙인 줄 알았습니다
서이초 선생님의 사십구재가 있던 9월 4일에야,
공교육이 멈추었지만 우리는
누가 누구를 어떻게 슬퍼할지 몰라 먹먹했습니다

주여,
들을 수 있는 귀를
슬픔의 기별을
아는 마음을 주십시오

어느 날 거리에서
I’m still fucking christian
지올팍의 노래1)를 처음 들었을 때
경건한 벗은 제 귀를 씻고 싶었다고 했습니다
Though I’m wearing new “christian”이라니
크리스챤디올 루이비통 프라다 명품처럼
광고판에 걸린 기독교는 산으로 가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몰랐습니다
모름지기 아임스틸퍼킹크리스천은
그래도 나는 그리스도인일 수밖에 없다는
목사 아버지를 둔 동성애자 청년의 눈물
부서진 슬픔의 고백인 것을 몰랐습니다
욕된 것은 나의 부끄러움인 줄 몰랐습니다

주여,
슬픔의 기별은 어떻게 다가오는지요

웅크린 상처를 싸맬 말도 없는데
잡아줄 손 하나 그리운 벗들이
꽃잎 지듯 떨어지고 있습니다

■ 주

1) 이 글에 언급된 가사는 뮤지션 지올팍(Zior Park)의 〈CHRISTIAN〉 중 일부이다. 공식 유튜브 계정에 공개되어 조회수 1,000만 회를 넘긴 뮤직비디오의 한국어 자막이 제공하는 번역은 다음과 같다. “I’m still fu**ing christian(난 여전히 *나 크리스천이야).” “Though I’m wearing new “christian”(지금은 디올을 입고 있지만 말야).” ― 편집자 주


이광하
일산은혜교회에서 하나님 나라 이야기가 생겨나기를 바라며 기도하는 목사. 뉴스앤조이와 복음과상황에서 일했고, 시 읽고 자전거 타는 삶을 동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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