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5호 수도회, 길을 묻다]
프랑스혁명, 하면 떠오르는 상징적인 사건이 있다. 1789년 7월 14일 바스티유 감옥 습격 사건이다. 프랑스는 이날을 혁명 기념일로 지정하고 국경일로 지킨다. 그리스도교와 국가의 관계라는 측면에서 프랑스혁명을 바라보면, 또 다른 상징적인 사건을 떠올리게 된다. 바로 클뤼니 수도원 파괴이다. 베네딕트 회칙을 따르는 클뤼니 수도원은 10세기 중세 교회 개혁 운동의 전면에 나선 상징적인 곳이다. 로마 성베드로대성당이 완공되기 전까지 세계에서 가장 큰 교회 건물이기도 했다. 한때 클뤼니 수도원장은 로마 교황보다 더 큰 영향력을 끼쳤다고도 평가된다. 이 역사적인 수도원이 혁명의 와중에 파괴되었다. 장서를 자랑하는 수도원 도서관과 기록 보관소가 불탔다. 대리석 건물 잔해는 도시 재건 사업을 하는 데 사용되었다. 스테인드글라스 창틀의 납은 모두 녹여 나폴레옹전쟁 때 탄환을 만드는 데 쓰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