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5호 묵상 스케치 - 개혁신앙의 뿌리]

〔그림1〕 후스는 성경만이 진리의 원천이며, 예수 그리스도만이 교회의 머리라고 외쳤다.
〔그림1〕 후스는 성경만이 진리의 원천이며, 예수 그리스도만이 교회의 머리라고 외쳤다.

얀 후스의 생애 마지막 장면을 보고 싶다면 스위스 국경과 맞닿아있는 독일 남부 도시 콘스탄츠를 방문해야 한다. 후스를 재판했던 로마 가톨릭의 교회회의가 열렸던 장소, 후스가 감금되어있던 곳, 후스가 화형당한 곳에 세워진 기념석 등에서 후스의 당당한 외침과 의연한 죽음을 떠올릴 수 있다.

후스의 개혁운동이 점차 확산되자 로마가톨릭교회는 후스를 이단으로 정죄하고 콘스탄츠공의회로 그를 소환하였다. 교황과 황제가 후스의 목숨은 해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지만, 그 앞에 나서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었다. 그럼에도 후스는 진리를 증언할 기회를 얻기 위해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콘스탄츠로 향했다. 황제와 교황을 비롯한 로마 가톨릭의 권력자들 앞에 당당하게 서있는 후스의 모습을 떠올리면 가슴이 두근거린다. 후스는 성경만이 진리의 원천이며, 예수 그리스도만이 교회의 머리라고 외쳤다. 진리 편에 선 한 사람을 당하지 못한 로마교회는 후스를 옥에 가두었다. 〔그림1〕은 후스가 갇혀있던 바로 그 장소이다. 지금은 콘스탄츠 보덴호수를 전경으로 하는 고급스러운 호텔(Steigenberger Inselhotel)로 탈바꿈했다. 후스의 생명을 보장하겠다는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결국 후스는 1415년 7월 6일 콘스탄츠공의회 결정에 따라 화형에 처했다.

〔그림2〕 후스의 순교를 기억하기 위해 그가 화형당한 장소에 놓여있는 기념석, 일명 ‘후스의 돌’이다<br>
〔그림2〕 후스의 순교를 기억하기 위해 그가 화형당한 장소에 놓여있는 기념석, 일명 ‘후스의 돌’이다

〔그림2〕는 후스의 순교를 기억하기 위해 그가 화형당한 장소에 놓여있는 기념석, 일명 ‘후스의 돌’이다. 콘스탄츠가 독일의 도시이기 때문에 독일식으로 요하네스 후스라고 적혀 있고, 아래에 그가 죽임을 당한 날짜가 적혀있다. 뒷면에는 이듬해인 1416년 5월 30일 같은 장소에서 화형당해 순교한 후스의 절친 프라하 출신 히에로니무스의 이름이 적혀있다. ‘후스의 돌’에서 가까운 거리에는 후스 기념비와 후스 박물관이 있어, 그의 정신을 기억하고 그와 함께 진리를 따르려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후스는 죽었지만 그가 주창했던 교회 개혁의 열정은 사라지지 않았다. 체코 남부 보헤미아주 작은 도시인 타보르(Tabor)는 후스 사후 후스파의 저항운동 근거지가 되었다. 성경에 나오는 다볼산과 같은 이름의 도시 타보르는 1420년 후스파 내 과격파가 건설한 군사적 요충지로 ‘진지’(陳地)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복음서(마 17장; 막 9장; 눅 9장)에 나오는 변화산이 곧 다볼산으로 추측되듯이, 타보르는 현실 사회의 변화를 희망하는 후스파의 꿈과 비전이 담겨있는 곳이다.

〔그림3〕 타보르 시청사와 얀 지스카(Jan Ziska) 광장의 풍경이다.
〔그림3〕 타보르 시청사와 얀 지스카(Jan Ziska) 광장의 풍경이다.

〔그림3〕은 타보르 시청사와 얀 지스카(Jan Ziska) 광장의 풍경이다. 지스카는 후스파 지도자로, 후스 이후 로마가톨릭교회에 맞서 무장투쟁을 이끌었던 ‘외눈’ 장군이다. 광장에는 한쪽 눈을 안대로 가리고 남은 한쪽 눈으로 타보르를 매섭게 내려다보는 지스카 장군의 석상이 당당하게 서있다. 지스카 장군의 지도력에 힘입어 절대적 열세였던 후스파가 로마 가톨릭 군대에 맞서 여러 차례 대승을 거둘 수 있었다. 시청사 안에는 후스의 종교개혁과 지스카의 투쟁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다양한 미니어처와 모형들이 전시된 후스 박물관이 있다. 박물관에서 연결되는 지하터널은 타보르 여행의 백미이다. 지스카 광장 아래에 있는 지하터널은 전쟁 시에는 방공호와 피난처로, 평상시에는 쉼터이자 저장고로 사용되었는데, 길이가 무려 12km에 이르고, 깊이는 3층 높이로 대략 15m에 달한다.

16세기 종교개혁자 발타자르 후프마이어가 말한 것처럼, “진리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후스는 죽었지만, 후스가 외친 진리는 살아서 후스파에게로 이어졌고 지금 우리들 가슴속에 오롯이 남아있다. 거짓과 진리 앞에서 선택해야 하는 순간, 우리는 무엇을 따를 것인가? 바울은 우리에게 말한다. “우리는 진리를 거슬러 아무 것도 할 수 없고 오직 진리를 위할 뿐이니.”(고후 13:8)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요 8:32) 주님의 말씀을 붙들고 그 길을 의연하게 걸어보자.

그림 이근복
한국기독교목회지원네트워크 원장. 성균관대학교 행정학과, 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을 졸업했다. 영등포산업선교회 총무, 새민족교회 담임목사,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교육훈련원장, 크리스챤아카데미 원장을 역임했다.

박경수
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장. 미국 프린스턴 신학대학원에서 교회사로 석사학위(Th.M.)를, 클레어몬트 대학원에서 종교개혁사로 박사학위(Ph.D.)를 받았다. 저서로 《종교개혁, 그 현장을 가다》 《인물로 보는 종교개혁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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