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8호 해외 독자 통신]

코로나 이후의 신앙과 일상

코로나로 온라인 예배가 늘어나면서 캐나다 교회들도 물리적 예배당에서의 모임을 폐하는 상황이 일상이 되고 있습니다. 한인들 사이의 소통, 서로의 일상을 보듬는 커뮤니티의 구심점으로도 기능해온 이민 교회라는 특수한 환경 때문에 교인들이 겪는 어려움은 고향 나라와는 또 다를 듯싶습니다. 비대면 시대에 교회가 어떤 방식으로 서로 돌아보며 사랑과 선행을 격려할 수 있을지 뚜렷한 답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개인과 가정, 사회를 받쳐주는 영적인 버팀목 역할을 해야 할 교회의 사명을 앞으로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도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며 기도해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인적이 끊긴 나이아가라. 2021년 5월 11일 촬영. (사진: 필자 제공)
인적이 끊긴 나이아가라. 2021년 5월 11일 촬영. (사진: 필자 제공)

제가 사는 나이아가라 지역은 폭포를 중심으로 한 세계적인 관광지라서 코로나로 인한 피해가 심각합니다. 교인들 중 일부도 관광업에 종사하고 있어서 재정적으로 형편이 녹록하지 않습니다. 코로나 전에는 한 해에 약 1,000만 명이 찾아왔는데, 해외 관광객 입국금지와 온타리오주 록다운 조치가 진행되면서 현재 나이아가라를 찾는 방문객이 없는 상황입니다.

그나마 정부가 강경한 거리두기 조치와 발 빠른 백신 보급(2021년 6월, 성인 75%가 1차 접종 완료 예정)을 통해 5월 중순 이후부터는 인구가 약 3,800만 명인 캐나다의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5,000명대 이하로 줄어드는 추세입니다(6월 10일 현재 1,388명). 45만 명 규모의 나이아가라 지역도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100명대 이하로 떨어지는 등 방역과 백신의 효과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습니다. 가을 이후부터는 집단면역을 형성하고, 국가 간 백신 비자 협정 체결 같은 조치가 이어져 지역 관광이 점차 재개되기를 조심스레 바라고 있습니다.

신학적인 상황

캐나다는 자유주의신학이 강합니다. 제가 다니는 교회의 경우 담임목사님이나 교인 대부분이 보수적인 신앙을 갖고 있지만 자유주의 교단인 캐나다장로교회(PCC)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최근 수년간 PCC 내에서 동성애자 목사 안수와 동성애자 결혼식 주례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결정이 이뤄지고 있는데요. 이런 상황 가운데, 저희 교회가 속한 한국 노회가 크게 반발하고 있어 총회와 노회·교회 간 갈등이 첨예화되고 있습니다. 현재 결혼에 대한 2개의 상이한 정의(한 남자와 한 여자 간 서약의 관계 또는 두 성인 간 서약의 관계)를 동시에 인정하고 취사선택하는 것으로 총회가 한 걸음 양보했지만, 한국 노회 측은 이조차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2021년 6월에 총대 모임이 열릴 예정인데, 여기서 교단 내 동성애 인정이 확정될 경우 총회 탈퇴가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이 경우 총회법상 교회의 모든 동산/부동산의 자산을 총회에 반납하고 나오게 돼있어, 일정 부분의 보상을 허용하는 ‘은혜로운 결별(gracious dismissal)’을 한국 노회 측에서 제시할 예정입니다.

교인의 한 사람으로서 교회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지 간에 힘을 실어주고자 합니다. 그러나 동성애에 관해서, 성경이 말하는 동성애에 관해서, 서구 사회에서의 뿌리 깊은 동성애자들을 향한 냉대와 차별에 관해서 교회가 조금 더 무거운 성찰과 깊은 기도를 하고 결정을 내렸으면 하는 아쉬움 또한 안고 있습니다.

2021년 5월 16일

조현도
서울살이를 버티지 못해 캐나다로 이민한 네 식구의 가장. 나이아가라 소재 폭포한인장로교회에 출석하고 있으며, 한국 정부와 기업을 위해 IT 관련 보고서를 쓰고, 이따금 캐나다 공문서를 한국어로 번역하면서 살고 있다.

저작권자 © 복음과상황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